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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바라보며

노을을 바라보며

유제범 (지은이)
  |  
서정문학
2021-05-17
  |  
10,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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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을 바라보며

책 정보

· 제목 : 노을을 바라보며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155112
· 쪽수 : 237쪽

책 소개

유제범 작가의 두 번째 수필집. 50여 편의 수필이 실려있다.

목차

작가의 말
4 두 번째 수필집을 내 놓으며

제1부
버스를 기다리며

12 버스를 기다리며
16 길벗
21 병원
25 이름
29 한심한 맛보기
33 본다는 것
36 정신머리라고는 원
39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43 전원田園
47 몰상식
51 자작나무 숲
55 영악한 나비
59 태양전지 예찬
64 현관 번호키
68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71 수산시장과 사람들
74 오락가락 내 마음
78 감기와 코로나

제2부
노을을 바라보며

84 퇴비간수박 어쩌면 그리도 빨간지…
88 둘보다 셋, 넷이면 감격
93 사발시계 하나 사 드릴 걸
96 스러져가는 불씨를 바라보며
99 첫 애기
103 딸 이사하는 날
106 선산벌초와 형제애
110 술 조사와 숨바꼭질
115 연필
119 손녀는 천사
123 딸의 혼인이 내일이구나
127 어설픈 농부의 고집
133 제2악장과 나의 인생
137 즐거운 고갯길
141 돋보기 안경
144 병아리와 암탉
147 은빛 머리카락
151 노을을 바라보며

제3부
작시금비

156 지공선사
159 와이파이
163 고종과 덕수궁
168 가뭄과 수돗물
172 금연딱지
177 의사
181 혼자 웃는 아가씨
185 전철 승객들과 전등
188 시험
193 지하보도 카메라
197 오묘한 아파트 이름과 줏대
201 작시금비昨是今非
206 버스운전사와 전화
210 수술만이 다는 아닐 텐데
215 아파트 승강기 교체
219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223 휴대전화와 공중전화
227 어설픈 질책

추천의 말씀
234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있는 수필집
‘노을을 바라보며’│ 박영환

저자소개

유제범 (지은이)    정보 더보기
공기업 정년퇴직 10년차. 근교에서 작은 밭을 일구며 농부 겸 수필작가 노릇 중. 경영학을 배우다 문학에 푹 빠짐 SDU에서 문예창작학을 다시 배움. 서정문학·계간문예 등단(수필) 한국문인협회·서정문학 등의 회원 수필집 『어머니의 의자』 공저 『서정산문선I, II, III』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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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바쁜 일로 버스를 타러 간다. 서둘러야 할까 아니면 천천히 가도 될까. 버스정류장은 나무가 무성하고 꼬부라져 보이지 않는 길 저쪽에 있다. 집을 나서 5분여를 걷지만, 정류장 바로 옆에 도착하기 전에는 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종종 느끼는 갈등이다. 도착해서 가까이 오고 있는 버스를 볼 때는 서두르길 잘 했다고 나를 칭찬한다.
그러나 오늘은 도착하니 버스가 막 떠난다. 다음 차는 한 1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아마 10초만 일찍 왔어도 탔을 것인데 참 아쉽다. 한 번은 급한 마음에 뛰다시피 서둘러 왔더니 버스가 도착하려면 8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전광판이 안내한다. 시간에 늦은 것은 둘째 치고, 서두른 것만 억울하다. 천천히 걸어도 될 것을…. 실망했지만 잠깐 앞의 일도 모르는 범부에게는 이런 억울함은 일상이다. 동동거려봐야 말짱 헛일이라고 나를 달랜다.
물론, 운행 간격이 먼 광역버스나 열차를 탈 때는 젊은이들처럼 언제 오느냐고 스마트폰에 물어보기도 하지만, 멀리 가지도 않고 비교적 자주 오는 시내버스니 번거롭다는 생각이 앞선다. 또 십 분이 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니 잠시 기다리면 된다. 그러나 한시가 급할 때 이런 일은 참 난감하다.
오늘은 그런 날이다. 손을 흔들며 태워달라고 손짓을 해보지만, 버스는 들은 체도 안 하고 그냥 간다. 하긴 문을 꼭꼭 닫은 차 안에서 내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으리라고 이해하려 하지만 운전사의 태도는 서운하다.
언젠가 이런 보도를 봤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아이는 내렸지만, 동행한 엄마는 못 내렸단다. 버스 출발 직후 이를 안 엄마가 내려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운전사는 교통규칙위반 운운하며 결국 다음 정류장까지 가서야 내려준 운전사가 있다. 과연 우리의 법이 이다지도 지엄하고, 또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운전사의 태도에 대하여 세상 사람들은 한동안 쑤군대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운전사에게 분풀이하는 사람이 있다.
10분을 하릴없이 기다리느니 전철역까지 부지런히 걸어갈까 하다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설령 전철역에 조금 일찍 당도한다 해도 이삼십 분마다 운행하는 전철이 때맞춰 오지 않는다면 달려간 보람이 없다. 세상에는 이런 헛고생이 많다. 순리대로 살자며 다음 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쩌면 운명은 기다리는 자의 편 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잠깐 앞의 일을 몰라 중요한 일을 그르칠 때가 종종 있다. 약속이나 정해진 시각에 늦어서 일을 망치고 땅을 치는 일도 많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초능력자나 역술가가 아니라면 참 어렵다. 어쩌면 신의 영역일지도 모를 것을 아쉬워하는 것은 욕심꾸러기 인간만이 아닌지 모르겠다. 반대로 늦은 것이 운명을 바꾼 경우도 있다.
반세기 전 아산의 철도건널목에서 수학여행 버스가 열차와 충돌해 어린 중학생 오십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때 건널목 직전 휴게소에서 버스 출발 시간에 늦어 다음 버스로 갈아탄 학생을 나는 알고 있다. 신은 이 학생을 어디에 쓰려고 죽음의 대열에서 떼어놓았을까.
친구가 부르는 방으로 들어가려다 먹던 무가 아까워 마저 먹다 보니 잠시 시간이 지체되었고, 그 사이 친구와 여동생은 개천에서 주운 심지가 달린 시커먼 물체에 불을 붙여 놀다가 폭발 참사를 당했다. 전쟁이 남기고 간 불발탄 참화다. 울먹이며 얘기하던 집안 형을 또 떠올린다. 운명의 장난이다.
춘천 호반에 시외버스가 추락하여 많은 사람이 수장된 일이 있었다. 사고 직전 운전사에게 통사정하여 정류장도 아닌 곳에 주룩주룩 내리는 늦은 밤의 빗속으로 홀로 내린 처녀가 있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반세기 전이다.
무너져 내린 삼풍백화점에 근무하던 지인의 부인이 계단실에서 잠시 휴식하는 사이 악마의 난동은 시작되었고, 부인은 아비규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를 차마 웃지 못하고 전하는 지인의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악마가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곳으로 애써 달려간 수많은 사람을 신은 왜 버렸을까. 그 부인은 왜 건져내셨을까.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지만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오만가지 생각에 젖는다. 엉뚱한 생각에 골몰해서인지 십 분이 금방 지나갔다. 버스는 오 분도 안 되어 온 것 같다. 도로교통 상황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버스도착정보가 나를 울리고 웃긴다. 아주 화급한 사정이 아니라면 잠시 시간 손해를 보는 것도 괜찮은가 보다. 나를 태우지 않고 간 버스를 원망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떤 참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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