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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94140030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4-12-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가문비나무의 갱신
등꽃
편백
야쿠 삼나무
나무의 기모노
아베 고개에서
서 있는 나무, 누워 있는 나무
나무의 수상함
삼나무
재
목재의 생명
벚꽃과 버드나무
이 봄의 꽃
소나무, 녹나무, 삼나무
포플러
해설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꽃보다 등나무 뿌리를 보고 놀랐다. 천 년을 살아온 ‘옛 등나무’는 뿌리 둘레가 3미터를 훌쩍 넘는데 그 무시무시한 형태에 눈이 압도당했다. 서로 꾸불꾸불 얽히고설켜 땅 위로 솟구치기도 하고 뻗어가기도 하는 뿌리를 보면서 강대한 힘을 느끼는 동시에 몹시 배배 꼬인 것, 고집불통, 복잡함, 추악함과 괴상함을 느꼈다. 꽃은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답지만, 발밑은 보기도 무서워 이 뿌리를 보고 나서 꽃을 쳐다보면 꽃의 아름다움에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만다. 그러나 옆을 떠나가지도 않았다. 무서운 존재의 짓누르는 힘 때문에 일행이 재촉할 때까지 나는 우뚝 서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꽃에게 추억과 사죄를 마치고 온 것 같았다. 뿌리의 경우, 이번에 새로 대면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어쨌든 다음에 그 뿌리를 또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란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산과 골짜기에서 자라는, 자연 속의 오래된 등나무, 어린 등나무의 꽃과 뿌리를 보여달라고 할 심산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다리를 놓을 때 쓰일 정도로 질기다는 등나무의 강력한 힘에 묶여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등꽃’ 중에서
숲속에 있다 보면 쓰러져 죽은 나무를 한두 그루 정도는 만난다. 폭풍우 속에서 줄기가 비틀리는 바람에 쓰러져 죽은 나무도 있고, 수명을 다한 뒤 흔들 하고 쓰러져 죽은 나무도 있다. 원인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나무는 모두 다 평안하고 여유롭고 아름답게 잠든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 나무를 바라볼 때면 곧잘 나라에 있는 도편수를 회상한다. 그가 숲속에서 평안한 모습으로 이끼 옷을 입고 누워 있는 나무를 본다면 어떻게 말할까? 목재는 잘리기 전까지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던 나무이고, 쓰러져 죽은 나무도 본래는 뿌리를 내리고 서 있던 나무다. 하지만 숲속에 쓰러져 죽은 나무는 목재가 아니다. 어떤 표현을 택할지 그에게 묻고 싶다. 나는 숲속에 쓰러져 죽은 나무를 일컫는 호칭의 필요성을 깊이 절감하고 있었지만 딱 들어맞는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쓰러져 죽은 나무’라는 표현은 직설적이어서 좋지만 좀 더 위로가 필요한 기분이 든다.
- ‘서 있는 나무, 누워 있는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