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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토끼가 죽던 날](/img_thumb2/9791191192551.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192551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22-05-25
책 소개
목차
1 ~ 37 장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버지, 쓰러지는 쪽으로 핸들을 꺾지 마세요!”
자전거는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몇 바퀴 구르지도 못하고 마당 끝 대파밭에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와 형들이 자전거와 뒤엉켜 비틀거리며 파밭에서 일어났고, 그 모습을 대문 안쪽에서 지켜보던 엄마와 누나가 깔깔거리며 웃었습니다. 누가 건드렸는지, 웃고 있는 엄마와 누나 머리 위에서 오 촉짜리 알전구가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결국, 아버지는 자전거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그날 이후 아버지는 더 이상 자전거에 오르지 않았고, 파밭에 고꾸라진 자전거처럼 빚보증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진 우리 집도 오래도록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왜 자꾸 새끼가 죽는 거지?”
큰형이 말했습니다.
혹시 내가 젖은 민들레 잎을 주었기 때문에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인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습니다.
형들은 날마다 새끼 토끼가 죽는다고 투덜댔고,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종일 어두운 토끼장만 쳐다보았습니다.
“여백을 갖고 싶었습니다. 빡빡한 글과 팍팍한 생의 틈바구니에서 단지 분량과 물량을 채우는 일에 생을 소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독자의 상상을 방해하고 여백을 허용하지 않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토끼가 죽던 날」은 성긴 그물에 묻은 물고기 비늘 같은 소설입니다. 커다란 물고기처럼 요란하게 퍼덕이진 않지만 어느 한순간 비늘처럼 반짝이며 눈과 가슴에 울림을 주는, 그런 소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 <작가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