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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서열중독](/img_thumb2/979119119256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91192568
· 쪽수 : 162쪽
· 출판일 : 2022-05-25
책 소개
목차
I. 현재
1. 이칠일레짐
2. 명품과 모방
3. 저출산, 유전적 자살
Ⅱ. 과거
4. 드 발의 착한 유인원
5.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족장
6. 카프카의 산초 판사
7. 시오노 나나미의 베네치아
8. 유성룡의 조선
Ⅲ. 현재 또는 미래
9. 빅맨의 실리콘밸리
10. 행복한 일꾼론
11. 부유하는 헤테로토피아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열에 서는 순간 ‘사는 것’은 사라지고 ‘살아남는 것’만이 남는다.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사회에서 사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낯설다. 사는 이야기를 하려고 치면 어느새 살아남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대학과 직업과 가정과 친구와 동네 이야기들은 수다에서 시작해 서열로 수렴된다. 어느 대학, 어떤 직업, 어떤 남편, 어떤 친구, 어떤 동네 이야기란 몇 등짜리 대학, 어떤 연봉의 직업, 어떤 등급의 남편, 어떤 레벨의 친구, 어떤 집값의 동네를 뜻한다. 개인의 삶에서 사는 순간들은 사라지고, 그 순간은 살아남는 것으로 대체된다. 그래서 서열은 규범 중에서도 악성규범이다. 모든 규범은 질서를 보장하지만 서열은 질서를 포박하는 규범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고 외치며 위안받는 것이 인간이다. 사람들은 아무리 능력이 처진다고 해도 대개의 사람보다 자기가 훨씬 더 많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 육체적 능력이 남보다 더 강한 사람도 있고, 정신적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경우도 있지만, 양쪽을 모두 합하여 평가한다면, 인간들 사이에 능력 차이는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이익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크지는 않다. 왜냐하면 세력이 아무리 약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음모를 꾸미거나, 혹은 같은 처지에 있는 약자들끼리 공모하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계급은 집단들끼리 동질감을 느껴 단합했지만, 서열은 개별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개별 집단들을 잘게 나누어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작고 작은 집단이 끼리끼리 경쟁하면 질투의 감정은 질풍노도가 되어 인간이 지닌 협력 본능을 압도한다. 그러나 하위 10%를 모욕하고 서로를 모욕하던 사람들도 얼마 후 ‘산술평균’에 의해 소리 없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