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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91191193657
· 쪽수 : 166쪽
목차
초대 · 6p
습지의 사랑 · 42p
칵테일, 러브, 좀비 · 74p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 110p
작품 후기 · 18p
프로듀서의 말 · 162p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느 순간부터 난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의 취향에 맞게 옷을 입었고, 머리를 바꾸었다. 내 삶의 모든 게 정현에게 맞춰져 갔다. … 그때의 나는 늘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다.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 잊고 있다가 침을 삼킬 때면 한두 번씩 따끔 하는 정도였다.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물은 어째선지 무서워졌다. 저렇게 자신을 직시하는 눈빛은 너무 오랜만이었다. 어쩌면 유령이 된 후로 처음일지도. 공포에 떨거나 화를 내거나 욕을 지껄이지 않고 자신을 보는 눈빛은 정말로 처음이었다. 그런 시선에는 면역이 없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빨리 도망가 버렸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했던 대로, 희고 마른 손목을 휘휘 흔들었다.
“도망가라, 도망가라.”
숲속의 누군가는 도망가지 않았다.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그 자리에 있었다. 물은 울고 싶어졌다.
“미안해, 아빠.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아빠 먹이자고 살인을 할 수는 없잖아. 배고파도 참아 봐. 뭔가 방법이 나오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방법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이미 심장이 멈춘 사람을 살리는 백신은 있을 수 없었다. 머릿속에 ‘좀비 신고 999’가 떠다닌 지는 꽤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