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오신다

런 · 6p
그분이 오신다 · 30p

작가의 말 · 146p
프로듀서의 말 · 150p

- 내가 볼 때 넌, 좀비 영화 속 캐릭터 중에 그런 타입이야. 좀비의 무서움과 잔혹함을 보여 주기 위해 물어뜯기는 행인 7.
“애매하게 행인 7은 뭐야?”
- 주목도 낮은 엑스트라?
“뭐야. 상상인데 기왕이면 주인공 시켜 줘.”
- 그럼 다음번엔 굳지 말고 뛰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주인공이잖아.
〈런〉

나는 황급히 사운드 재생을 중단시켰다. 내가 걷는 속도에 맞춰 멀어지는 것만 같았던 소리의 크기가 달라졌다. 그것도 순식간에 가까워진 것이다. 소리가 사라지자 어두운 밤을 품은 숲은 숨이 막힐 정도로 고요해졌다.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핸드폰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재생해 보았다. 거짓말처럼 큰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열 걸음 거리 앞까지 찾아온 듯이. 나는 황급히 소리를 껐다. 소름 끼치는 침묵 속에서 핸드폰을 든 손이 떨려 왔다.
〈런〉

“근데 회원님. 우리 쪼끔 스타일을 바꿔서 프로필 사진 다시 찍어 보는 건 어떨까요?”
“왜요?”
“예선전 통과해야죠. 회원님이 자녀 계획 있는 배우자를 찾으시니까…. 그런 분들은 2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부분들도 생각하시거든요. 아유, 어떤 이야긴지 아시죠? 물론 탈모 없으시고, 연봉 조건 너무너무 좋으시니까 괜찮긴 한데. 아, 물론 사진은 보내 주시면 저희가 포토샵 조금 할 거예요. 매칭되기 전에 피부과 진료랑, 간단한 시술 정도 어떠세요?”
“성형하라고요?”
〈그분이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