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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262056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1부 건기와 우기를 한참 지나쳐 왔다
탄자니아산産
반야용선, 아프리카
응고롱고로 연가
세렝게티에서의 두 가지 표정
먹먹, 세렝게티
친절한 배후 세력
킬리만자로에서 사라진 입
결국은 우후루피크
커튼콜
그녀 정강이뼈에서 나는 소리
랑가르의 별
몽골, 겨울 그라피티
연해주의 나날들
아무르강 연대기
2부 눈사람 주파수
동어반복
7024번
동명이인
눈사람 주파수
선인장 꽃말
그 후
기어코
기어코 그녀
꽃밭의 수사학
골목
모빌
드라마를 보는 저녁
일요일에도, 일요일인
작달비
슬픔의 알고리즘
표면장력
호수공원 김 씨
3부 꽃은 허공을 어떻게 건너왔을까
유등축제
흑산성당
장복산 한철
벚꽃이 피었다
벚나무 시편
갯벌의 기록
진달래를 보는 방식
매화산
봄, 지리산
여름, 지리산
사백 년 후
늦게 도착한 시詩
4부 서쪽에 있었다
카트만두에서 다시, 나는
안나푸르나를 그리는 눈썹 두 줄
나마스테
아직도 자라는 꼬리
내가 없는 당신
사흘이 지나도 나의 셰르파
안나푸르나 ABC
시시각각, 히말라야
싱잉볼
경전이 익다
고창고성에서 듣는 설법
애써, 타클라마칸
명사산
해설
숭고와의 마주침을 위한 보행의 시
- 이성혁(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연에서 얻지 않은 것은 없다고
일용할 양식을 구하느라 옮겨 다니지만
맥박은 그지없이 평온합니다
게르의 문 자주 여닫히고 사람들도 둥글게 모여듭니다
한꺼번에 왔다 가 버릴 사람들이 드나드는 사이
저녁과 함께 새끼 양을 안고 들어선 남자의 표정은 모든 것을 품습니다
이것은 어떤 마음입니다
새벽까지 난로의 불씨를 걱정하는,
광야의 바람과 보이지 않는 짐승의 소리를 끌어와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꽁꽁 언 두 손이 흐미를 듣게 된 귀를 어루만집니다
그날 밤 게르 밖의 별들도 둥근 모음으로만 빛났습니다
─「몽골, 겨울 그라피티」 부분
아마 동쪽에서 왔을 것이다
저 울음은
무릎을 꺾어 가면서까지 온전하게
제 등을 내어주는 늙은 낙타의 순종은
걷고 걸어도 사막
꿈속에서도 사막
자고 나도 사막일 것이다
일찍이 깃들지 못한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현기증 나는 증발이 사방에 펼쳐져 있고
아직 도착되지 않은 내일이
성긴 가루가 되어 발가락 사이를 더 넓게 벌려 놓았다
움푹 팬 기억을 더욱 구부려 울음을 새겨 넣는 일은
바람이 시키는 일일까
거친 숨소리와 방울 소리 낙타의 느린 발자국마저
바람이 세우고 허무는 어제와 오늘
별 하나
귀를 세울 때마다 나는,
서쪽에 있었다
─「명사산」 전문
기다렸다는 듯 사방에서 퍼부어대는 비
밤늦도록 여린 울음소리들,
한데서 비 맞고 있을 저들은
평온을 찢고 들어온 돌풍과 막다른 시간에 숨이 막힐 것이다
오늘 밤 안식처를 끝내 잃고 만 불안하고 두려워 어찌할 줄 모를,
작고 여린 저 울음소리
숨어들 곳 없는 평원에서의 길고 긴 밤이라니
느닷없이 출몰할 포식자의 시선을 피하려
서성이는 발아래로 어미는 계속하여 검은 밤과 싸우게 되리라
창밖보다 더 어두운 풍경화 한 점 내걸리는 사이로
비는 왜 음악이 되지 못하는 걸까요
이 말을 하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먹먹, 세렝게티」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