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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비평/칼럼 > 한국사회비평/칼럼
· ISBN : 9791191383003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가난을 쓴다는 것
1. 쪽방촌의 어제와 오늘
동자동의 과거
불안정성의 공간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의 공간
쪽방촌이라는 ‘환경’
기초생활보장제도와 무연고 공영 장례
무료 물품 지원과 저렴쪽방 사업
2. 돌봄의 역설
정영희 이야기
돌봄의 공백
상실
돌봄의 불가능성
자활의 불가능성
폭력
성적 욕망
관계
두려움
명의 도용
졸피뎀
수급비 관리
3. 죽은 자를 기억하는 법
불만
애도와 기억의 시간
정체성의 유지
연고 있는 무연고자
망각의 윤리
만남
치료
책임과 돌봄
떠나보내기
차가워진 몸
연고자임을 증명하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
기억한다는 것
4.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마비와 길들여짐
낙인화된 의존
긍정적 상호 의존
통제와 대상화
선별과 배제
빈곤의 전시
공짜 짜장면
천 원의 밥값
비난과 헐뜯기
배제와 축출
분리된 두 세계
5. 방치된 시간의 무게
2015년, 9-20 강제 퇴거 사태
2019년, 같은 문제
승리의 기억
거짓말
주거권의 딜레마
낡아버린 공간의 역사
삶의 공간
‘공동의 것’의 위기
나가며 · 쪽방촌의 사회적 삶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타인의 고통과 가난을 쓰는 일은 괴로웠다. 타자의 고통을 지적 유희의 재료로 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이론적 기여, 학문적 참여, 지적 개입 등 그럴싸한 수사를 앞세워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계속해서 내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무엇을 쓰는지, 왜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증명해야 했다. 벽장을 마주하고 난 오멜라스의 시민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또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해야 했다. 그러면서 점차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연구자이자 저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이제 그 답을 찾는 일이 오롯이 내 몫으로 남았다.
1970년대 말 소설가 김홍신이 『인간시장』의 집필을 위해 취재를 나갔다가 불량배와 인신매매범을 만나 고초를 겪은 현장, “법과 상식과 윤리와 도덕과 바른 소리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우범지대, 현대판 홍길동인 『인간시장』 속 주인공 장총찬이 활약하는 무대가 바로 양동, 도동, 동자동 일대였다.
온전한 삶을 위해 물질적·경제적 필요가 먼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제적 삶이 곧 온전한 삶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전제하는 삶의 형식은 온전한 삶, 혹은 좋은 삶을 경제적 차원의 삶으로 축소한다. 이때 경제적 차원의 삶을 넘어서는 사회적 관계와 상호 의존, 일상적 돌봄은 실질적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개입하지도 않고 개입할 수도 없는 필연적 공백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