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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서양사 > 서양사일반
· ISBN : 9791191464405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1-08-0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5
1. 여신의 탄생: 인류의 욕망이 수면 위로 드러나다 11
2. 성애와 전쟁의 여신: 사랑과 파괴의 욕망을 관장하는 무시무시한 힘 23
3. 파티 퀸: 생기 넘치고 관능적인 아프로디테 숭배의 현장 45
4. 매춘하는 여신, 매춘하는 여성: 만물을 뒤섞는 여신의 본성 61
5. 타 아프로디시아: 성을 바꾸다 83
6. 마니코스 에로스: 광기 어린 사랑 93
7. 비너스와 무한한 제국: 로마 세계관의 중심에는 늘 비너스가 있었다 113
8. 동양의 여왕: 클레오파트라가 탐낸 여신의 권력 127
9. 중세의 비너스: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살아남다 141
10. 르네상스를 빛낸 비너스: 인문주의자들의 뮤즈가 되다 161
11. 흥행 보증수표가 된 비너스: 전능한 신에서 억압의 상징으로 전락하다 175
12. 아주 현대적인 여신: 우리는 왜 비너스를 기억하는가 197
에필로그 211
감사의 글 219
참고문헌 222
도판 출처 229
리뷰
책속에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컸던 시대, 원래 ‘생명의 순환’을 상징했던 여신들은 죽을 운명을 예고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처럼 전쟁과 열정의 난폭함이 여성의 모습으로 표현되자 중동 전역에는 전쟁과 성욕을 관장하는 혈기 왕성하고 음탕한 여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수메르에서는 이난나라는 이름으로, 아카드와 바빌로니아에서는 이슈타르(Ishtar)로, 페니키아에서는 아스타르테(Astarte)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런 여신들은 갓 세워진 도시에서 특히나 열렬히 숭배받았다. 이난나를 모시는 지성소는 바빌로니아의 수도 바빌론에만 180군데 넘게 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를 보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도심 속 이슈타르 사원은 경배의 장소일 뿐만 아니라 상품이 거래되고 사상과 지식이 오가는 곳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아멘호테프 3세는 병에 걸리자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오늘날의 이라크 모술)에 있는 이난나 사원에서 여신상을 꺼내 룩소르의 나일강 강둑으로 가져와달라고 요청했다. 파라오는 흉포한 여신의 힘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 것이다.
확실히 이 여신들은 마음을 달래주는 편안한 존재가 아니었다. 통제와 피, 공포, 지배, 황홀감, 정의, 아드레날린, 희열을 향한 열망은 전쟁을 일으키거나 성행위로 이어지기도 하며, 세상을 뒤흔들고 바꿀 수 있다. 호메로스 시대부터 줄곧 작가들은 군사 침공을 가리키는 말과 성기 삽입을 표현하는 말을 하나로 생각해왔다. 호메로스 시대 그리스에서 ‘미그뉘미’는 군사 침략과 성기 삽입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다 가지고 있었다. 고대 세계에서 에로스(사랑과 열정, 욕망)는 에리스(분쟁, 불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다.
격렬한 열정의 여신들을 향한 숭배가 고대 사회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고대인들은 욕망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음을 이미 알아차렸던 것 같다. 아프로디테의 조상들은 이러한 깨달음의 화신이었다. 고대 문명의 여러 이야기들을 보면 아프로디테의 조상들은 아주 아름다운 존재였지만, 빛과 어둠을 함께 지닌 살벌하고 끔찍한 신이었다. 아프로디테와 비너스는 공포를 주는 여신들의 후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