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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91667868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굇들으 아이들
왔샤부대
어른들의 불장난
산사람
검은개와 노랑개
물에 빠진 성조기
찔레꽃 덤불
동굴수색
당산나무 아래서
붉게 물든 저고리
정방폭포
4월 어느 날
붉은 유채꽃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리뷰
책속에서
경찰은 불붙은 나뭇가지를 바로 근처에 있는 초가지붕에다 던졌다. 바짝 마른 띠지붕에 불이 옮겨붙었고 이어서 활활 타기 시작했다.
왜 집에 불을 지르는 거지?
봉달이는 유채꽃밭에 엎드린 채 손톱을 물어뜯었다.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서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집이 불타자 끌려 나온 사람들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노인들은 불타고 있는 집을 향해 뛰어가려고 몸을 일으켰다. 경찰은 노인들마저도 총대로 마구 찍고 때렸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낮에도 잤고 밤에도 잤다. 사흘쯤 잠만 자고 일어나자 얼굴이 퉁퉁 부었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어서 빨리 동굴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어른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굴 안은 축축하고 어두워서 기침을 하는 애들이 많아졌다.
미애와 문수가 먼저 콜록거리기 시작했고, 부뜰이와 미자는 설사를 시작했다. 미숫가루만 먹다 보니까 봉달이도 줄줄이 물똥을 싸댔다.
“조금만 더 살펴보고요. 제주도 인간들은 쥐새끼처럼 잘 숨거든요. 여기저기에 하도 동굴이 많아서 숨을 곳도 많고요.”
칠복이가 꺽다리를 보고 말했다. 꺽다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쥐새끼’라는 칠복이의 말만 듣고도 포수 할아버지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숨을 죽이고 앉아 있던 사람들은 포수 할아버지의 눈치만 살폈다. 포수 할아버지는 구식 사냥총을 쥐고 동굴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동굴 밖에서 수색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경찰과 청년단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자 동네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