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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1816075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21-11-19
책 소개
목차
1부 기초
2부 색조
3부 보디
4부 클렌징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좀 전에 90년대 생에 관해 설명해놓은 책에서 보니까 우리는 워라밸을 중시하고 집단문화를 싫어하고 물질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대.”
“개소리네.”
“개소리지.”
워라밸 따위 개나 줘버리고 집단문화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물질이 제일 중요하다.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나 보니 그렇다. 마치 우리를 외계인처럼 묘사해놓은 것은 본인들 편하자고 그러는 것 같다. 지구인들이 외계인은 이렇게 생겼을 거야, 아무렴 우리와 다르게 생기고말고. 스스로 안도하는 것처럼.
해외 브랜드를 살펴보다 보면 브랜드 네임이 곧 창업자 이름인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으로 가브리엘 샤넬의 이름을 딴 샤넬이 있고 이브 생 로랑이 있으며, 엘리자베스 아덴, 에스티 로더, 조 말론, 헬레나 루빈스타인, 바비 브라운, 버츠비, 조르지오 아르마니, 슈에무라 등등. 하지만 한국 화장품 브랜드 이름은 대부분 외국어 합성 단어들이다. 내가 다니는 페이스페이스 브랜드의 경우도 face + space의 합성어이다. ‘얼굴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시작되는 스토리텔링’을 의미한다. 그럴듯하다. 옥탑방에도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하오와 소민의 옥탑방. 줄여서 하소옥. 설렁탕집 이름 같네.
하오를 처음 본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한 산후조리원에서다. 하오와 나는 바로 옆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기억은 안 난다. 엄마의 구술 기록에 따르면 그렇다. 그 후 우리는 무럭무럭 자라서 2년 후 극적으로 어린이집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이 또한 기억에 없다. 사진 자료에 의하면 그렇다. 한번은 대중목욕탕에서 만난 적도 있었다. 하오가 여탕에 온 것이 아니라 내가 남탕에 갔을 때다. 어쩌자고 아버진 딸을 남탕에 데려간 것인지 우리는 탕 속에서 눈이 딱 마주쳤고 어릴 때지만 당황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후 나는 하오가 나를 남탕에서 봤다는 걸 소문이라도 내면 어떻게 하나 학창 시절 내내 걱정했지만 지금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는 의리 있는 녀석이다. 그래서 우리는 부랄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