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489709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어쩌다 가족
마더메이킹
피도 눈물도 없이
바통
판다가 부러워
가족의 발견
그녀의 이름을 보았다
해설|피도 눈물도 없이 가족을 인류처럼 사랑하는 법|서영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리를 하자면 이유정씨와 최성태씨는 부부였다가 이혼한 후 이유정씨는 빅토르씨와, 최성태씨는 루드밀다씨와 재혼을 하셨네요. 그리고 빅토르씨와 루드밀다씨도 원래는 부부였는데 이혼하고 재혼한 거고요. 맞습니까?”
조사관은 심문하듯 안경 너머로 우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네.”
빅토르만이 한 박자 쉬고 네, 대답했다.
“두 부부가 서로 상대방과 재혼한 셈이군요. 그리고 한집에서 지금 같이 살고 있고요. 우크라이나와 한국, 다문화 가정이네요. 자녀 두 명과 말이죠.”
조사관이 텔레비전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여섯 살 아나톨리와 세 살 비카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강아지도 한 마리 있어요.”
강아지보다는 노견에 가까운 비싸를 가리키며 내가 덧붙였다. 조사관은 마지못해 비싸를 한 번 쳐다보곤 무슨 종이냐고 물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푸들이 교배해서 나온 두들이라는 종이에요.”
물론 내 추측이지만. 인터넷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니 사람들이 이런저런 추측성 의견을 내놓았는데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의견을 채택했다는 말을 덧붙이려는 찰나, 조사관이 내 말을 막았다.
“잡종이군요.”
알레르기가 있어서 사료도 고급만 먹인다고 그래서 이름도 비싸라고 말하려는데,
“왜 같이 사시는 거죠?”
서류를 소리 나게 탁, 덮고 나서 조사관이 물었다.
“누가 버리고 갔어요.”
“개 말고 사람이요.”
조사관이 우리를 나란히 둘러보며 말했다.
“집 때문이죠. 재산분할을 아직 못 했거든요.” --- 「어쩌다 가족」
“이거 한 번 맞아 봐.”
밥이 식탁에 주사기를 올려놓으며 말했다.
“오! 호르몬! 그립고 그리웠던 악마의 약물이네. 뭐야? 신상이야?”
리는 양념치킨 소스가 묻은 손가락을 재빨리 입으로 쭉 빨고는 주사기를 집었다.
“주사기 디자인도 잘 빠졌네. 요즘은 이렇게 나오는구나. 이름이 뭐야?”
신제품 딜도를 구경하듯 주사기를 요리조리 들어 관찰하는 리의 눈빛이 욕망으로 인해 진지해졌다. 임신 이후 수유기간까지 리는 모든 호르몬제를 일체 중단했다.
“마더메이킹.”
“마더메이킹?”
리가 미간에 주름을 만들며 되묻자 밥은 서둘러 설명을 이어나갔다.
“엄마들을 위한 거야. 이걸 맞으면 힘과 인내심이 강해지고 아이를 물심양면으로 챙기게 되면서, 말하자면 헌신과 희생을 하기 쉽게 해주는 거지. 원래는 마더후드메이킹인데 킴이 너무 길다고 해서……”
“마더후드?”
리가 말을 잘랐다.
“당신, 모성이 없는 거 같다며 괴로워했잖아.” --- 「마더메이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