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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1816129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2-07-15
책 소개
목차
무릉도원 들어서니 꽃은 피어 만발이라
개도 생각 있어 제 자취를 감췄거늘
앵무새야 이 노래를 퍼뜨리지 말아다오
우리나라 윷가락은 쪽이 네 개
설의 계산이 천추에 썩지 않고
짝을 잃은 원앙새여
양대에서 맺은 인연 꿈결 같고나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흩어진 이 해골을 뉘라서 묻어주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고작 풍류회에
결코 밥은 굶지 마라
키키흑 키흐흑 키힉 킥
네놈은 이승에 속한 자가 아니라,
천하에 둘도 없을 천치
왕이 미쳤다!
금오신화에 쓰노라
작가의 말
작품해제_차무진/소설가
참고문헌
주석 46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라감영에 미남으로 소문난 관노비가 있었다. 키가 크고 얼굴 윤곽이 뚜렷한 외모 덕에 멀리서도 뭇 여성들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는 소문이 난 박씨 노비, 줄여서 박비였다. 많은 양반집 마나님들이 박비를 탐냈다. 자신의 사노비와 바꾸길 몇 번이고 관청에 요구했으나, 관청에서는 단 한 번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모나 지력이 비상식적으로 월등한 사노비라든가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사노비, 혹은 본래 신분이 양반이었어서 써먹을 데가 많은 사노비를 데려와도 박비와 바꿔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박비에 대한 소문이 많이 돌았다. 박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무술의 달인이다, 흑마를 허락받은 데다 화살을 메고 다니는 게 그 증거 아니겠는가 하는 풍문이 돌았으나 사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비가 흑마를 타는 건 그와 속도가 비등한 백마를 따라잡기 위함이었고, 활과 화살을 허락받은 것은 백마의 주인인 왈패의 경호를 위해서였다. 박비. 그는 누구 말도 듣지 않는 전라도 관찰사 이극균의 수양딸 이비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내였다.
박비는 그런 이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너무나 소중한 것, 다시는 못 볼 것을 그리워하듯 까슬까슬한 손으로 몇 번이고 그 얼굴을 쓰다듬다 이비를 끌어안았다.
“살아야 한다. 반드시 너만큼은 살아야 한다.”
처음이었다. 박비가 이비에게 말을 놓은 것은,
“너만큼은 살아다오.”
그리고 이비의 이마에 입 맞춘 것은. 박비는 이비를 잔뜩 힘주어 끌어안은 후 늘 메고 다니던 활과 화살집을 풀었다. 이비의 등에 묶어준 후 말에 태웠다. 박비는 고삐를 한 번 쳐 말을 출발시켰다. 똑바로 앞을 향해 달리는 말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지리산 도적의 땅, 어딘가 계곡에 신선이 산다는 그 땅으로 사라졌다.
“자네에게 한 가지 묻겠어.”
“그리하십시오.”
“내가 누군지 아는가.”
“이 나라의 주인이십니다.”
“이번만은 용서해주겠다.”
이혈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이비는 이혈과 눈을 마주쳤다가 몸을 떨었다. 저도 모르게 덜덜 떨며 손에 잡았던 그 몸을 놓았다. 눈앞에 선 이혈은 방금 전 소년과 다른 사람이었다.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 보자마자 오금이 지릴 듯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표정의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다.
“다시 한번 그 꼴로 나타난다면, 네놈을 능지처참할 것이다. 저잣거리에 네놈의 몸뚱이를 서른 날 넘게 널어두고 삼족을 멸할 것이다. 네 조상들의 묘를 파헤쳐 그 목을 자르고, 뼈는 사방에 던져 들개 먹이로 쓰겠다.”
이제야 이비는 눈앞의 남자가 누군지, 자신이 어떤 이를 상대로 감히 까불었는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