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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38107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2-08-22
책 소개
목차
□ 책을 내면서
1장 나
01 코흘리개, 여학생이 되다
02 벚나무에 기대서서
03 똥뫼와 모자
04 봄소풍
05 잃어버린 아이를 찾습니다
06 첫사랑
07 고전 읽기는 억지춘향격
08 방학숙제에서 숲해설가까지
09 강아지풀로 유인하라
10 제사 이야기
2장 옴마
01 고구마를 소환하다
02 빨래터 이야기
03 누룩 빚어 막걸리를
04 다듬이질로 세월을 두드리면
05 원앙이 수놓인 가리개
06 우물이 있는 풍경
07 타작마당의 추억
08 봄비와 주전부리
3장 아부지
01 막개 복만씨와 정치망 어장
02 멸치 어장과 꽃놀이배
03 소죽이 끓던 아궁이
04 다북한 솔갈비를 긁으며
05 딱새를 물라 카모
06 콩쿨대회
07 아버지의 대구탕
4장 할매
01 류만순 우리 할매
02 고사리야, 고사리야!
03 싸리비
04 도안만(道岸灣)의 동신호
05 풍개나무 아래에서
06 새참과 옥이 할매
07 국수
5장 아이들
01 봄볕을 등에 업은 땅꼬마들
02 고무줄과 오자미놀이
03 아까징끼는 만병통치약
04 찔레꽃
05 멱 감는 아이들
06 봉숭아 꽃물
07 소 몰고 산으로, 다시 50년 뒤에
08 키를 쓴 오줌싸개
09 잠자리와 화투점
6장 사람들
01 방성지고개 점빵
02 방물장수 점분 아지매
03 엿장수와 각설이 타령
04 허파에 바람 들고, 목소리에 사랑 감고
05 무성해라 소문은
06 대나무밭 업동이
07 이발 아재는 까치셨어
08 니가 개구리?
09 보리밭 사잇길로
7장 바다
01 영등할미, 바람타고 딸을 데려오시면
02 동타리
03 태풍의 여러 얼굴
04 해루질
05 해당화 그리고 첫사랑
06 앙살게
07 생멸치 조림에 상추쌈
8장 들녘
01 밭매는 아가야
02 무논에 벼를 심고, 풋감도 심고
03 보리누름의 가난
04 밀밭의 공범
05 고구마, 고매, 빼때기
06 가을걷이와 추수
07 초가 이엉
□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논둑길을 지나 밭둑길을 건너 오솔길로 접어든다. 두견새는 쏙박바꿔춰 쏙박바꿔춰 리듬이 일정하다. 유난히 솔내음이 짙다. 오리나무 이파리는 손바닥만큼 자랐다. 바스락거리는 작은 나뭇잎 소리에도 흠칫 놀라 발걸음을 재촉한다.
저 앞에 드러난 황토밭이 보인다. 이랑이 너무 길고 고구마 줄기가 무성해 옴마의 머릿수건이 보이지 않는다.
“옴마~ 오옴마~”
세 번 목청을 돋우기도 전에 이미 서러움이 복받쳐 오른다. 목울음이 걸려 컥컥거린다.
“오이야~ 안 무섭더나?”
옴마 목소리가 밭둑의 미루나무에 걸리듯이 돌아 나온다. 반가움에 와락 발밑이 꺼진다.
“옴마, 밥!”
“욕봤다. 안 무섭더나? 학교 가야지? 내가 전도마을까지 델다 주꾸마.”
옴마는 고무신을 발에 꿰고 소녀를 앞세워 밭고랑을 넘는다.
무릇 잘난 사람, 아름다운 꽃, 맛난 식재료는 그 나름의 자기방어 방식이 있다. 여기서는 다만 게에 대하여 논하려 한다.
맛난 게를 먹으려면 날카로운 집게를 피해야 하고, 맛난 딱새를 먹으려면 날카로운 겹등딱지와 양 지느러미의 가시를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아부지는 살아 계실 때, 딱새를 다듬어 주는 것을 좋아하셨다. 말로는 “아부지도 좀 자시지예!” 하면서도 날름날름 내 입에 살집 딱새를 집어넣었다.
“아부지, 애나로 맛나예. 정말정말 맛있어!”라며 애교를 부리면 모든 게 오케이였다.
그런 날은 기름값까지 넉넉히 챙겨주셨다.
수초 속에는 해삼이며 미더덕도 숨어 있었다. 손과 발이 재빠른 아이들은 그들을 찾아내 혁혁한 전과를 자랑하며 친구들과 나눠먹었다. 간간짭조름한 바닷물에서 건져낸 해산물들은 소금기를 잔뜩 머금고 있었고, 그런 날 저녁이면 아이들은 한 바가지의 맹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갈증에 시달리곤 했다.
여름 내내 바닷물에 뛰어든 아이들의 등껍질은 이미 몇 차례나 벗겨져서 딱지가 앉았다. 드러난 목이며 얼굴이며 손발은 까마귀가 친구 트자할 만큼 새깜둥이가 되었고, 옷을 입으면 살갗에 닿는 광목천의 따가움으로 머스마들은 윗도리를 벗어젖힌 채 맨몸으로 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