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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1842098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1-12-27
책 소개
목차
닫혀 있는 방
초신당
양꼬치의 기쁨
뒤로 가는 사람들
상실형
초대받은 손
흉터
기억의 꿈
내 이름은 제니
두 시간 후, 지구 멸망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초신당
뭘 망설이고 있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야 하는지 알고 있잖아?
족자 속 여인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왼쪽 눈으로 손을 가져갔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손톱을 세웠다. 손끝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몇 번이고 이를 악물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남아 있는 왼쪽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족자 속의 손이, 뱀 대가리처럼 스멀스멀 비어져 나왔다. 눈을 감고 추한 구원의 손을 기다렸다.
― 뒤로 가는 사람들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 누군가 내 귓구멍에 젓가락을 넣어 뇌를 휘저어 대는 기분이었다. 미지근한 밤공기가 몸을 조여 왔다. 멈춰 서면 토할 것 같았다. 그래서 달렸다. 빨간불을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자 차들이 급정거하며 경적을 울려 댔다. 나는 양재천으로 내려갔다. 한밤처럼 어두웠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시계를 봤다. 8시 20분이었다. 사람들과 자전거를 피해 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목구멍 안쪽에서는 녹슨 못을 씹는 맛이 났다. 폐가 폭발할 것 같았다. 그래도 달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 버릴 테니까.
― 상실형
4개월 전 김은 아내를 죽였다. 그리고 4단계의 상실형(喪失刑)을 언도받았다. 상실형은 죄인의 신체 일부를 ‘상실’하도록 하는 형벌로, 살인이나 강간, 방화 등 중죄를 저지른 피고에게 선고된다. 상실형은 죄질에 따라 1에서 10단계로 구형되었다. 살인을 저지른 김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한도에서 네 가지를 잃어야 했다. 이제 그의 삶에는 소리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