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0749923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5-12-18
책 소개
바통을 주고받듯 쓴 국내 최초 합작 장편소설
일평생 사기꾼의 표적으로 살아온 ‘보라’,
그런 보라에게 전 재산을 맡긴 피해자 ‘의택’이
진짜 사기꾼을 잡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한국형 로드무비
“이 소설은, 일단 정말 재미있다.” _ 김초엽
2022년 공포소설 『저주토끼』로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2023년 같은 작품으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2025년 SF 단편집 『너의 유토피아』로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 독자와 만나고 있는 정보라가 새로운 장편소설을 발표한다. 이번엔 혼자서 쓴 게 아니다. 정보라의 영향으로 SF를 쓰기 시작해 『슈뢰딩거의 아이들』로 제1회 문윤성 SF 문학상과 제9회 SF어워드 장편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이름을 새긴 최의택과 합작했다. 정보라 작가는 가해자 ‘보라’의 시선에서 최의택 작가는 피해자 ‘의택’의 시선에서 바통을 주고받듯 한 장씩 이어 썼으며, 두 저자가 이런 집필 방식으로 하나의 장편을 합작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한 사람의 쓴 듯 노련하게 전개되는 290㎞의 여정,
개성적인 캐릭터와 다양한 요소가 만난 미스터리로서의 재미
소설은 일평생 사기꾼의 표적으로 살아온 ‘보라’가 어느 날 시추공 분양 사기 사건에 가해자로 휘말려 그녀에게 전 재산을 맡긴 ‘의택’과 마주하며 시작된다. 맹해 보이면서도 섬ㅤㅉㅣㅅ한 구석이 있는 ‘보라’, 냉철하면서도 마음이 약한 ‘의택’이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결국 서로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상황에서 한편이 돼 진짜 사기꾼을 잡기 위한 여행기에 오른다. 천안에서 포항으로 가는 290㎞의 여로는 순탄치 않다. 각자의 사정이 지독하게 절박하고,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며, 진짜 사기꾼들의 행방은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독자는 계속 웃게 된다. 개성적인 주인공들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행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블랙 유머 덕분이다. 이에 더해 연잇는 해프닝들이 예측 불가의 결말로 치달으며 독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다.
이 이야기를 두 사람이 합작했다는 집필 방식에서 독자가 놀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특징은 물 흐르듯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전개다. 합작이라는 정보가 없다면 한 사람이 썼다고 봐도 좋을 만큼 이음매 하나 보이지 않는 완성도를 이루고 있다. 노련한 두 이야기꾼이 개성적인 캐릭터와 정교한 이야기 설정 위에서 바통을 주고받듯 290㎞를 질주해 독자를 단숨에 결승선(포항)까지 끌고 간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펼쳐 보인 작가들의 상상력과 통찰력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분명 허구이지만, 정말 허구일까 갸웃하게 되는 지점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소재가 그렇다. 두 주인공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던 ‘국가사업 석유 시추공 프로젝트’로 악연을 맺는다. 실제로 2025년 9월 한국석유공사는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시추공 사업이 실패했음을 공식화했다. 언론에는 이런 사업이 있었고 결과는 실패라고 요약돼 전해지지만 그 보도 속에 큰 피해를 입은 개인들이 있으리라는 작가들의 짐작과 상상력은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전세 사기, 지식정보산업센터 공실 사태, 허위 광고로 유령 건물이 된 신촌 밀리오레와 부산 네오스포 상사 사태, 대학 신입생 교재 사기 등 사회와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사기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작가들은 각종 사기 사건의 본질과 수법을 논문까지 찾아가며 공부하여 소설을 완성했고, 독자에게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달랐을까?’ 묻는다.
오토픽션 형식을 차용해 생생함과 섬세함을 배가한 한국형 로드무비
주인공들 이름이 ‘보라’와 ‘의택’인 점에서도 독자는 갸웃하게 된다. 자전소설인가 싶어 읽다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허구다. 그럼에도 이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정말 작가인 듯 여겨져 독자는 이색적인 재미를 느끼게 된다. 다만, 이런 설정을 단순 재미로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정보라는 “남의 이름을 썼다가 혹시나 실제 사기 피해를 당하신 분이 읽으시면 너무 괴로우실 것 같아서” 제 이름을 주인공 이름으로 썼다. 최의택 역시 자신과 비슷한 장애를 지닌 ‘의택’을 주인공으로 삼아 장애인으로서 이 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생하게 전해주고, ‘의택’ 전용 개조 차량을 ‘의택’이 능란하게 통제하는 모습을 통해 ‘능력과 장애를 연결 짓지 못하는’ 통념을 불식해준다.
로드무비라고 할 때 독자는 흔히 유명한 외국 영화나 소설을 떠올린다. 그 픽션들의 사건과 여정은 그것대로 의미와 재미가 있으나 이 소설만큼 현대의 한국 독자에게 피부로 와닿기는 힘들다. 2020년대 실제 있었던 국가사업에 사기로 얽힌 두 주인공, 천안역에서 출발해 경부고속도로 – 낙동강의성휴게소 - 경북 칠곡군 – 안동터미널 - 7번 국도 – 포항역 -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현실 반영적인 동선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독자는 비로소 진정한 한국형 로드무비와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종다양한 사기 사건이 바로 나와 이웃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강력한 위협이라는 데에 공감하기에 이른다.
목차
1. 강남 테헤란로, 사기의 해부
2. 천안 순천향대병원, 마이크 앤드 존
3. 천안역, 대면
4. 경부고속도로, 사고와 사기
5. 동강옥화휴게소, 부름
6. 낙동강의성휴게소, 밑져야 본전
7. 경북 칠곡군, 히치하이커
8. 안동터미널, 미행
9. 7번 국도,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10. 포항역, 추격
11. 호미곶, 일출
12. 천안 단국대병원, 모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말
책속에서
작가의 말
정보라 최의택 작가님의 시추공 분양 사기 제안 넘 좋았어요.
최의택 제가 제안했던가요?
정보라 석유 시추 가지고 뭔가 사기가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시추공 분양은 작가님이 말씀하셨어요.
최의택 참 이상한 소리를….
정보라 넘 개연성 있는 제안인 것입니다…. 계엄 사태 안 났으면 누가 사기 쳤을 거예요.
최의택 참 아이러니하죠. 작가님은 저랑 둘이 채팅할 때도 사기 얘기만 하셨잖아요. 사기 덕후.
정보라 전세 사기부터 시작해서 지식정보산업센터 공실 사태라든가, 허위 광고로 유령 건물이 된 신촌 밀리오레랑 부산 네오스포 상가 사태라든가….
최의택 어휴. 사기가 너무 많아….
정보라 이번 소설 쓰기 전부터 관심도 있었고 최근에 다단계 사기 방지(?) 팟캐스트 들으면서 수법을 구체적으로 배우니까 이해가 더 잘 되기도 했어요.
최의택 작가님한테 사기 얘기 듣고 있노라면 무서워져요, 세상이.
정보라 한국 경찰도, 법원도 사기는 한 10억 넘어가지 않는 이상 수사나 처벌을 잘 안 해요. 폭력 범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폭력적이지 않은 범죄는 “죄질이 가볍다” 이런 식이더라고요. (…) “그러게 조심하지” 이런 식으로 피해자 탓하는 경향이 큰 거 같아요.
최의택 그 포인트가 저희 소설에서 좀 살았으면 좋겠네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 저는 사실 마지막 장면을 스티븐 킹의 코즈믹호러를 염두에 두고 쓰기는 했어요. 실제로 그렇게 구현됐는가는 다른 문제지만요.
정보라 작가님이 고생해서 쓰신 ‘보라’의 마지막 장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라는 매일같이 진지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 소식을 하나씩 점검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획기적인 정보였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라고 했다. 50년 전에도 석유 시추에 성공했는데 그때는 대통령이 암살당하는 바람에 시추가 중단되었다고 했다. 시추를 재개하면 동해 앞바다에서 석유가 앞으로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수억 톤이 쏟아질 거라고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신문 기사와 함께 표와 그래프는 물론 국토부가 발간한 백서까지 투자방에 차근차근 올라왔다. 그리고 사라졌다. 보라가 결정적으로 시추공 투자 정보를 믿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정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의택은 멈칫했다. 내가 장애인인데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려고 친구랑 준비 중이었다, 그 돈 아니면 나랑 친구랑 다 죽는다, 뭐 이렇게 말하나? 그걸 믿나? 아니, 믿든 아니든, 이게 다 무슨 짓이지? 의택은 그냥 죽고 싶어졌다. 존이 이대로 연락을 끊어버린대도 할 말이 없었다. 사고 직후 내내 시달렸던 무력감이 다시금 목구멍을 치고 올라왔고 호흡마저 가빠졌다. 다시 손이 약통이 있는 주머니 쪽으로 갔지만 이번에는 억지로 그 손을 물렀다. 차라리 잘됐다. 활동지원사가 오기 전에 죽자. 시체가 된 의택을 보고 놀라긴 하겠지만 프로니까, 잘 처리해주지 않을까?
- 어… 저기요….
존이 말했다.
- 음…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의택은 숨이 가쁜 것도 잊고 존의 다음 말풍선을 기다렸다. 한참 만에 존이 던진 내용은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 저희 아무래도 투자금을 모두 잃은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