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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병

죽음의 병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은이), 조재룡 (옮긴이)
  |  
난다
2022-06-23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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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병

책 정보

· 제목 : 죽음의 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1859249
· 쪽수 : 100쪽

책 소개

한 남녀의 독특한 계약관계와 그들이 함께 한 며칠의 밤을 그려낸 ‘소설’이지만 사랑의 실패와 욕망의 지배에 대한 명징한 선언이기도 하다. 이 년에 걸친 시간 동안 “더이상 지울 수 없을 만큼 얇아지도록” 감정의 본질만을 남기고 “최대한 지워내는” 작업을 거듭하여 완성한 단편이다.

목차

죽음의 병 ・ 5
옮긴이의 말 │ 살아지지 않는 사랑, 죽음이라는 병 ・ 75
작가 연보 ・ 91

저자소개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14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코친차이나에서 태어나 베트남과 캄보디아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열여덟 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 대학에서 수학, 법학, 정치학을 공부했으며, 1943년 ‘뒤라스’라는 필명으로 소설 『철면피들』을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인도차이나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은 『태평양을 막는 방파제』를 비롯해 『부영사』 『갠지스강의 여인』 등 많은 작품들로 변주되었다. 특히 1984년 공쿠르 상을 수상한 『연인』은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수백만 부가 팔렸고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한 뒤라스는 감독을 맡은 「인디아 송」이 1975년 칸 영화제 예술·비평 부문에서 수상하며 유럽 영화사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에 참여하는 등 정치 활동에도 적극적이었고, 이 당시 경험을 담은 다양한 형식의 글 모음집 『고통』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뒤라스는 『모데라토 칸타빌레』 『작은 공원』 등 50여 년에 걸쳐 70편에 달하는 작품을 발표하며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소설만큼이나 극적인 인생 편력을 거쳐 온 뒤라스는 1995년 『이게 다예요』를 마지막으로 발표하고 1996년 영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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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룡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시학과 번역학, 프랑스와 한국문학에 관한 논문과 평론을 집필하고 시와사상문학상과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앙리 메쇼닉과 현대비평: 시학, 번역, 주체』 『번역의 유령들』 『시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번역하는 문장들』 『시집』 등이, 역서로 앙리 메쇼닉의 『시학을 위하여 1』, 제라르 데송의 『시학 입문』, 장 주네의 『사형을 언도받은 자 / 외줄타기 곡예사』, 레몽 크노의 『떡갈나무와 개』 『문체 연습』,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 『어렴풋한 부티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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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당신은 방으로 들어온다. 여자는 자고 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는 침대의 자기 자리에서, 벌거벗은 채, 잠을 자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여자가 당신의 울음에 대해 무지할 수 있는지, 어떻게 여자가 당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 어떻게 여자가 이 세상을 통째로 채우는 것에 그토록 무지할 수 있는지,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여자 곁에 길게 눕는다. 당신은 늘 당신 자신을 위해서 운다.


당신은 사랑하는 감정이 어떻게 불시에 생겨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여자가 당신에게 대답한다: 어쩌면 우주의 논리에 갑작스레 끼어든 어떤 균열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실수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의지 같은 것에서는 절대로 생겨나지 않지요. 당신이 묻는다: 사랑하는 감정이 다른 것에서도 불시에 생겨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말해달라고 여자에게 애원한다. 여자가 말한다: 모든 것에서요, 저 밤새(鳥)의 비행에서, 어떤 잠에서, 잠 속의 어떤 꿈에서, 다가오는 죽음에서, 어떤 낱말에서, 어떤 죄악에서, 스스로, 저절로, 어떻게 생겨나는지 모른 채 갑자기.


당신은 어쩌면 당신의 방 밖에서, 여기저기 해변에서, 수많은 테라스에서, 저 거리와 거리에서 여자를 찾으려 하리라. 그러나 당신이 한낮의 햇살 아래서는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기에 당신은 여자를 찾을 수 없으리라. 당신은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리라. 당신이 여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반쯤 열려 있거나 감긴 눈 아래 잠들어 있는 여자의 몸뿐이다. 몸들의 관통, 당신은 그것을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절대로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울었을 때, 그것은 당신 자신만을 위해서였지, 당신들 두 사람을 갈라놓은 차이를 넘어 여자와 다시 만나는 게 믿기 어려울 만큼 불가능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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