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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1859249
· 쪽수 : 100쪽
책 소개
목차
죽음의 병 ・ 5
옮긴이의 말 │ 살아지지 않는 사랑, 죽음이라는 병 ・ 75
작가 연보 ・ 91
리뷰
책속에서
당신은 방으로 들어온다. 여자는 자고 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는 침대의 자기 자리에서, 벌거벗은 채, 잠을 자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여자가 당신의 울음에 대해 무지할 수 있는지, 어떻게 여자가 당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 어떻게 여자가 이 세상을 통째로 채우는 것에 그토록 무지할 수 있는지,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지 이해하지 못한다.
당신은 여자 곁에 길게 눕는다. 당신은 늘 당신 자신을 위해서 운다.
당신은 사랑하는 감정이 어떻게 불시에 생겨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여자가 당신에게 대답한다: 어쩌면 우주의 논리에 갑작스레 끼어든 어떤 균열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실수 같은 것에서요. 여자가 말한다: 의지 같은 것에서는 절대로 생겨나지 않지요. 당신이 묻는다: 사랑하는 감정이 다른 것에서도 불시에 생겨날 수 있을까요? 당신은 말해달라고 여자에게 애원한다. 여자가 말한다: 모든 것에서요, 저 밤새(鳥)의 비행에서, 어떤 잠에서, 잠 속의 어떤 꿈에서, 다가오는 죽음에서, 어떤 낱말에서, 어떤 죄악에서, 스스로, 저절로, 어떻게 생겨나는지 모른 채 갑자기.
당신은 어쩌면 당신의 방 밖에서, 여기저기 해변에서, 수많은 테라스에서, 저 거리와 거리에서 여자를 찾으려 하리라. 그러나 당신이 한낮의 햇살 아래서는 그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기에 당신은 여자를 찾을 수 없으리라. 당신은 여자를 알아보지 못하리라. 당신이 여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반쯤 열려 있거나 감긴 눈 아래 잠들어 있는 여자의 몸뿐이다. 몸들의 관통, 당신은 그것을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절대로 알아볼 수 없다. 당신은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이 울었을 때, 그것은 당신 자신만을 위해서였지, 당신들 두 사람을 갈라놓은 차이를 넘어 여자와 다시 만나는 게 믿기 어려울 만큼 불가능하기 때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