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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59287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2-07-31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신라, 이 아름다운 발음 • 6
개정판 작가의 말│시작에서 떠남까지 • 8
서문│헤매다 경주를 찾았지 • 10
김시습의 고독 —용장사지에서 • 32
뿌리로의 귀환 —계림로에서 • 39
문화는 섞이면서 진보한다 —괘릉에서 • 44
헌헌장부는 어디로 갔나—동궁과 월지에서 • 48
가득히 비어 있는 폐사지의 아름다움 —황룡사지에서 • 53
달이 뜨면 밤에는 늑대가 운다 —대릉원에서 • 58
고대의 궁궐터는 산책자를 몽상에 잠기게 한다 —월성에서 • 63
공유지엔 텃세가 없다 —산림환경연구소에서 • 69
삶의 진흙에서 피는 연꽃, 그건 바로 예술이지—남산동에서 • 79
여기서 죽고 싶다 —무열왕릉에서 • 83
최 부잣집의 진귀한 음식문화 —교동에서 • 88
그릇을 보면서 비우라 —박물관에서 • 97
경주의 땅속은 비어 있는 거대한 오케스트라 —인왕동에서 • 102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황오동 골목에서 • 107
그래서 인간이 복잡하구나 —노서동 고분공원에서 • 113
작은 것의 아름다움 —진평왕릉에서 • 118
저 바다처럼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 —식혜골에서 • 123
변하는 건 산천이 아니라 사람이다 —오릉의 겨울 숲에서 • 136
밤의 대기 속을 헤매니 우리는 친구가 아니냐 —밤의 고도에서 • 140
영혼의 DNA가 동일한 —겨울의 거리에서 • 146
경주의 역사가 묻어 있는 수원水源—북천에서 • 151
영악함 없는 이 느림—고분공원 벤치에 앉아서 • 156
역사와 함께 자연을 내 근처에 두는 방식—이 무위의 풍경 앞에서 • 163
저 벼들처럼 삶의 뙤약볕을 견뎌야 한다 —황금빛 배반들에 서서 • 172
신라의 자손들아, 무엇을 하였느냐, 하느냐 —성덕대왕신종 앞에서 • 178
무도회의 수첩—시간의 상자 속에서 • 188
고도를 찾아온 콧수염 청년—삼층쌍탑 앞에서 • 199
아라키씨의 이주—동남산 아래에서 • 205
경주에서 몽골 초원으로—비 온 뒤 연밭에서 • 209
책속에서
능에 핀 하얀 들꽃들이 예뻐서 나도 모르게 하나 꺾어 손에 든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이 된 고분이 예술과는 또다른 감동을 준다. 예술은 사물의 본질을 모방하지만 자연은 모든 본성을 포괄하기에 완벽하다고 하지 않는가. 예술을 모르고 살기는 해도 자연 없이는 살 수 없다. 인간이 무의식중 자연을 갈구하는 것은 그것이 생명의 본성이기 때문이리라. 생명의 모태인 자연.
_「여기서 죽고 싶다」 중에서
경상도엔 집장이라는 토속 음식이 있는데 밀과 콩으로 띄운 메주를 갈아 물에 풀고, 박, 가지, 무청 등을 넣어 만든다. 최 부잣집에선 집장만도 일곱 가지나 만든다. 또 ‘채’라고 불리는 독특한 별미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어, 전복, 게살, 해삼, 까만 석이 등과 갈분가루에 묻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국화, 시금치, 쑥갓 등의 채소를 잣 국물에 띄우는 음식이다. 문어 같은 해산물을 잣과 낙화생을 갈아 새콤달콤하게 만든 소스와 함께 먹는 ‘채’의 맛은 잊히지 않는다. 전에 교동법주를 사러 갔다가 제사상에 올리는 떡을 본 적이 있는데 접시에 담긴 갖가지 떡도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진귀한 것이었다. 이런 것이 양반 문화구나, 전통문화구나 생각했다.
_「최 부잣집의 진귀한 음식문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