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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210
· 쪽수 : 158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질소칩 – 11
몽유의 북쪽 – 12
오목한 중턱 – 14
산방꽃차례로 피는 – 17
묘생(猫生)에 관한 질문 – 20
그저, 저녁 – 22
꼬리에 물리다 – 24
세 발 까마귀 – 26
불후의 명소 – 28
구름의 잡학 사전에는 – 30
블랙아이스 – 32
본의 아니게 – 34
어쩌다, 석류 – 36
가시연꽃 – 38
제2부
와류 – 43
라 모레네타 – 46
묵의 교외별전 – 48
뿔은 키우리라 연두로 솟은 – 50
삐끗과 삐딱 – 52
그대라는 덜미 – 54
파,랗다 – 56
파두 – 57
귀의 난간 – 60
금니(金泥) 다라니경 – 62
깃털에 관한 명상 – 64
비꽃이 축축하다 – 66
배반하는 봄 – 68
꽃피던 공중전화 – 70
빗소리에 사무치는 – 72
한 마리 의자 – 74
제3부
단지 – 79
파묵(破墨) – 80
모니터 – 82
경계의 시선 – 84
혼신지 – 86
버찌 – 88
백로 – 89
물길에 묻다 – 92
빗금들 – 94
물의 감옥 – 96
울음의 처소 – 98
물 먹는 하마 – 100
론다 – 101
제4부
금성전파사 – 107
falling slowly – 108
너머의 손짓 – 110
미지의 귀납적 추이 – 113
강에서 쓰는 실록 – 116
눈송이의 나날 – 118
숨는 노래 – 120
어떤 농법 – 122
수저론(論) – 124
그리운 꼬리 – 126
그늘을 덖다 – 128
물의 카타콤 – 130
자작나무 외전(外傳)을 읽다 – 132
돌의 천축 – 134
나도 옥춘 – 136
봄의 코르셋 – 138
해설 전해수 ‘잊힐 꿈’에 대한 기록과 ‘슬픔’의 반란 – 140
저자소개
책속에서
몽유의 북쪽
목련은 북쪽으로 봉오리를 연다
나의 북쪽도 그처럼 간절해
북망(北邙)은 아직 멀다고 북향을 피해 잠을 청하는데 꿈마저 자꾸 북쪽으로 자란다
길몽과 흉몽 사이 궁극의 모퉁이
북쪽은 순록의 땅
내 머릿속 툰드라에도 순록 떼
밤을 치받는 뿔의 각도가 단호하다
북방 기마민족의 피가 내 혈류를 타고 질주하나 봐
무릎에 피는 서릿발, 발뒤꿈치에 굽이치는 찬 기류, 곱은 손등에 얼음을 가두고도
머리는 자꾸 북으로 기운다
강파른 유목의 땅 찬 별빛
눈 덮인 오미야콘 마을의 감빛 등불을 정수리에 건다
자작나무 우듬지에 핀 설원의 문장을 읽으며
아무르, 아무르, 시베리아 열차에 오른다
바이칼호를 차창에 두르고 서늘한 이마가 지향하는 쪽 길을 잡으면
내 몸속 얼음골 지나 순록의 뿔 치켜든 바람은 끝끝내 북향!
맹목이 펼친 호수의 수위는 잠의 이면에서 드높다
밤새 푹푹 빠지는 몽유의 발목을 거두면 눈발은 하염없이 새벽으로 치닫고
비발디의 겨울이 내 생(生)의 숨찬 악장을 쩡쩡 가르고 있다
오목한 중턱
신발 속에선 자꾸 시간의 발톱이 자라네
산모롱이 돌아 나풀나풀 나비 여섯 오목한 궁지(窮地)에 내려앉고
철없는 나비들 그녀의 진액을 다 핥아먹고
슬픔은 늘 오목한 곳에 모이지
손목과 다리오금, 복사뼈 부근, 가슴 안골
오목한 곳에 고인 슬픔은 썩지도 않아
부풀고 부화하고 증식하고 저희끼리 둥기둥기
밤이면 떼로 기어 나와 얼씨구, 춤판을 벌였네 그녀는
춤에 지친 그들을 알약에게 주었지
알약 한 알에 손목, 알약 한 알에 무릎을
알약 한 알에 통증, 알약 한 알에 불면을
긴 발톱이 칡넝쿨처럼 엉겨 진보라로 말을 걸고 말을 거두는 칡꽃의 시간
시간의 발톱을 깎아야 하는데
관절이 점점 오목해져 그녀의 중턱이 움푹 꺼지네
슬픔의과부하 슬픔의반란 슬픔의자기복제
그녀가 중턱에 고여 있네 중력의 자장 안에 갇혀
이내 내리막길을 타려고 하네
턱밑까지 비탈진 그늘
방울져 있던 슬픔의 떼거리들이
떼구르르르 한꺼번에 쏟아져 비탈을 구르네
깎을 새 없이 발톱은 빠지거나 문드러지거나
슬픔의자가당착 슬픔의뼈대 슬픔의행로 슬픔의간절한뿌리
나비들은 더 이상 오목한 곳에 깃들 수 없어
그녀의 중턱을 오래 서성이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슬픔의 둥지를 겨우 엿보네, 이제야
이제서야
산방꽃차례로 피는
장딴지 굵어지고 발가락이 자라
나비코고무신은 터질 듯 부풀었지
새 신을 사 줘,
조바심 마르던 날들이 베란다에 걸터앉았네
더는 발 뻗을 데 없다고 수국 이파리가 뾰로통
새 신발 신기려 발을 빼 보니 오갈 데 없는 뿌리들이
혈맥 그물 촘촘히 생장점을 붙들고 있네
얽히고설킨 흙의 궤도 따라
자전(自傳)의 바퀴 굴려 혈맥 그물을 엮고 있네
아홉 살 내 발가락처럼 엉켜
아직도 코고무신 속 내 발가락은 나비잠을 자네
아무도 꺼내 주지 않아
헛꽃의 시간이 길어지네 발바닥 가득 뿌리만 자라네
뿌리가 걸어간 거리까지 한사코 따라가 터뜨릴
산방꽃차례의
가지런한 웃음은 피멍울인가
용천혈 쓰다듬듯
조심스레 수국 뿌리를 들어내면
계절 흘리지 말라고 비닐 망 한쪽
새소리 발효시키라고 배양토 조금
빗물 받아 안으라고 마사토를
수국꽃 필 때까지 넌지시 놓아두면
수슬수슬 상처 같은 수다가 피지
화분 발치에 앵두나무가 햇빛 그물 펼치는 동안
고집을 키우던 내 발뒤꿈치 물집도 말라
나비코고무신 벗어 던지고 가문 발가락을 꺼내네
새 운동화 속 치수 늘인 발바닥에서
하얗게 날개 접고 있던 고요가
아홉 살 꽃봉오리를 야금야금 꺼내고
마음의 키 휘영청 산방꽃차례로 솟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