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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897654
· 쪽수 : 110쪽
· 출판일 : 2023-10-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뱀 – 11
북천 – 12
먼 곳에 내리는 눈 – 13
붉은 눈 – 14
말하자면 길지만 – 16
검정개와 흑구는 어떻게 다른가 – 18
칼맛 – 20
나는 한때 태양의 후예였지 – 22
나에게 숨다 – 23
오래 – 24
시인 – 26
짚신벌레 – 28
딸의 문자 – 29
격리 – 30
이미지 – 31
제2부
뫼비우스의 띠 – 35
발에게 묻다 – 36
사력(死力) – 37
추월 – 38
봄밤의 보급 투쟁 – 40
일벌 – 41
지구에 처음 온 짐승처럼 – 42
생각만 하는 사람 – 44
미식가 – 45
슬픔으로 통하는 노선 – 46
절도 – 48
마스크 – 49
팬데믹 – 50
가시나무새 – 52
우아한 꼬리 – 53
제3부
스카이댄서 – 57
신은 콧구멍이 크다 – 58
발소리 – 60
맛집 – 61
아비와 신부 – 62
부부 – 63
토탈 이클립스 – 64
필리버스터 3—골절 – 65
필리버스터 8—끝말잇기 – 66
필리버스터 11—시(詩) – 68
누향(淚香)을 마시다—선향다원에서 – 69
다다다다 그 여자—구룡포에서 – 70
정리 – 71
첫 시집 – 72
작년에 부는 바람처럼 – 74
제4부
무슨 꽃 모가지를 꺾어 왔기에 – 77
라면을 끓이며 – 78
마지막 손님 – 80
바늘구멍 사진기 – 82
저문다는 말 – 83
빈방 – 84
새벽 개미 – 85
초점 – 86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 88
섬 – 90
지레 – 91
피안의 새 – 92
뭐라고 불러야 하나 – 94
호박잎 수의 – 95
소원 – 96
해설
변종태 호박밭의 꿀벌, 그리고 궁녀 운영 – 97
저자소개
책속에서

북천
북쪽의 어느 부족은 구사하는 낱말이 몇 개밖에 안 된대요. 아프다는 말도 그들의 사전에는 없대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도 아플 수가 없대요.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사냥 나간 가족이 죽어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도 그들은 바위에 걸터앉아, 오늘따라 왜 이리 숨쉬기가 힘들지? 왜 이리 어지럽지? 왜 이리 살고 싶지가 않지? 자신의 가슴팍만 두드린대요. 피눈물이 흘러도 가슴이 미어져도 그들은 전혀 아프지가 않대요. 아무도 아프지 않아서, 누구도 아픈 적이 없어서 병원도 신(神)도 필요가 없대요. 신이 없으니 영혼을 거두어 줄 자가 없어서 죽을 수도 없대요. 죽은 적이 없으니 산 적도 없대요.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죽어도 죽은 것 같지 않대요. 북쪽의 어느 부족은 아프다는 말이 없어서 그들은 어느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대요. 그들은 어느 하루도 북쪽 아닌 날이 없대요.
말하자면 길지만
한때는 검은 입으로
시를 말하던 시절이 있었네
오디 먹은 입처럼 시를 담았던 입을
숨길 수가 없었던 시절이 있었네
시를 안 쓰면 검게 마르던 시절이었네
시절은 속절없이 흘러
시를 말하던 입으로 소주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던 입으로
거짓말을 하고
사내가 챙겨야 할 건
우산하고 거짓말이라고 했던 게
우리 할머니였지 아마?
거짓말은 꼭꼭 챙겼는데
우산은 아무 데나 흘리고 다녀서
후줄근하게 젖는 날이 많았네
지나가는 우산들이 죄다
잃어버린 내 우산만 같아서
아무 우산 아래나 젖은 머리를
마구 들이밀고 싶었네
한때는 검은 입으로 말해도
붉은 시가 쏟아져서
사상을 의심받던 시절이 있었네
시를 안 써도 시인 같았던 시절이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