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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295
· 쪽수 : 117쪽
· 출판일 : 2022-07-20
목차
제1부 연두 시편
연두 잎
연두 우산
연두 수화
연두 정거장
연두 집
연두 잠
연두 마을
연두 탑
연두 새
연두 불꽃
연두 성채
흔들리는 연두
연두 책
연두 지붕
연두 혀
연두 눈
연두 여자
연두 바람
연두 피정
연두 산
제2부 나무 시편
푸른 수혈
3월의 나무
태백산 고사목
태백산 주목나무
착한 나무들
걸어가는 나무
푸른 나무집
대나무에게 속았다
가로수
겨울 나무1
겨울 나무2
베어진 소나무
기도하는 메타세쿼이아
미루나무
제3부 산 시편
설악, 용아장성
설악, 수렴동계곡
한계령 아침
지리산 피아골
지리산 제석봉
지리산 산죽
지리산 청학동
지리산 일출
다시 지리산
태백산 종주
겨울, 함백산
그때, 함백산
함백산 얼레지
겨울산
용소골
사량도
구봉산 자락
백두대간을 걸으며
옹강산
작은 산
교합의 산
훈계하는 산
근엄한 산
무리의 산
갈증의 산
쓰러지는 산
함묵하는 산
찬란한 산
깊어지는 산
정상의 산
그 산
저자소개
책속에서
흔들리는 연두
나무는 알을 품고
오랜 겨울을 보냈다
봄이 되자, 나뭇가지마다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하는
연두 고 작은 새
연두 부리가 눈을 뜨면
고요가 수액으로 흐르고
바람에 적신 날개가 산을 타면
산등이 출렁거린다
연두는 몸이 달아올라
산정을 향해 옷을 갈아입고
몸이 젖도록 능선을 타 넘으며
바람을 만나면 물결이 되고
햇살을 만나면 윤슬이 되어
가슴 울리는 새와 함께
단절의 강을 건널 것이다
용소골*
살얼음이 하얗게 덮인
시린 물이 흐르다가 고였다가
허리를 폈다가 굽혔다가
겨울을 움켜쥐고 잠들어 있는 계곡
깊은 산은 참선 중
발자국 소리 들리면
죽비 내리칠 듯
엄한 기운 감돌고
오른 만큼 깊어지는 계곡
폭포마다 둥근 소는
대형 약탕기에서 검붉은 약이 끓듯
천혜의 갖가지 절경이 담겨 끓어 넘치고
쏟아지는 감탄에 몸은 절로 해독되고,
오를수록 둥근 소들은
언제부터 달여지고 있었는지
검붉은 색으로 끓어 넘쳐
갈증에 진한 탕약을 음미하면
감초향 솟아오르는 듯
둥글고 깊은 약탕기에
검붉은 탕약이 달여지는
둥근 계곡은 이어지는데
오르고 또 올라도
깊고 높은 산에 둘러싸인 산속
동그랗게 낮은 하늘만 보이고
하늘에서 동아줄 하나 내려와
그 동아줄 타고 신선처럼
훌쩍 산 하나 가뿐히 넘을 듯한
첩첩산중 계곡 한 줄기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 사이에 있는 용봉산(응봉산)에 있는 계곡.
걸어가는 나무
구부정한 나무, 휘어진 나무,
돌을 뚫고 자라는 나무
길 위로 뿌리가 불쑥 올라 온 나무들
나무는 가만히 서 있지 않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땅속 뿌리를 박고 제대로 뗄 수 없어
온몸 비틀며 구부리며 그렇게 나무는
가고 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큰 걸음으로
나무가 움직이는 것은
바람의 힘이 아니었어
몇 십 년 아니 몇 백 년 그렇게
나무는 제 살에 생채기를 내며
어딘가 가고 있었어
온몸 갈라 터진 나무를 어루만지자
까칠한 상처의 딱지가 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