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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55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3-25
목차
시인의 말
1부
달밤
호접몽
허수아비 춤
장밋빛 인생
사라방드
시월
망각
곡비哭婢
깜빡
고장난 시계
이명
얼룩을 지우며
클라이밍
병상일기
한발 늦게 하는 말
능소화
2부
살아있는 날 1 - 다행
살아있는 날 2 - 하루살이
심상心像 - 볕과 그늘과 골방 이야기
전망이 전망을 죽이다
폭설
밤과 꿈 사이
그대 마음의 가녘에 별이 뜨거든
뿌리에는 눈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꽃 같았으면 좋겠다
행려의 시
라이온킹이 오는 시간
전향
반달 표류기
조금 늦게
별책부록같이
바람의 서書
3부
유년의 서랍
흔들리는 잠
그리운 병
그대가 새[乙]가 되어
성탄제
농성동
오월
아서라, 봄
코로나 가을
도플갱어
금강
평생교육
오, 나의 태양
장미
사랑이라는 말은
가락지
4부
하늘이 기르신다
하루
끊다
탐욕
노을과 구름과 바람과 79번 마을버스에 관한 학의 명상
바위
시간 공작소
마감뉴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다시 쌓기
불면
오래된 악기
낙서-겨울 지하도 소묘
그날이 오면
식목일
■ 해설
묘사의 힘과 서정의 깊이 | 황정산(시인 ·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달밤
천지 곤한 밤에 어련히
문지방 넘어 치런치런한 달빛
잠긴 문을 스르르 열고 들어와 금침衾枕을 펼 때
잠 없는 두견이 어둠의 앞섶을 풀어놓는다
마알갛게 몸 벗는 달의 숨소리
얼음같이 투명한 저, 환幻의 자웅동체
부르르 몸을 떠는 백일홍
붉은 꽃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사태
환한
빛의 혼례의 시간
밤과 꿈 사이
어린 별들이 불을 끄고 잠든 텅 빈 하늘이 연못처럼 고요하다
둥근 달이 긴 사막을 건너는 한밤중
내가 꿈을 꾸는 동안도 물 흐르는 소리 잘박잘박 잠이 없는 외따론 시간만 개울로 나와 발을 씻고 풀잎 처마 아래서 잦은 기침을 참느라 가슴을 쓸고 있는 풀벌레들의 젖은 눈이 붉다
밤새 으름덩굴에 귀를 걸어둔 어린 들메나무 발목이 자꾸 시큰거려 멀리 가지 못하고
큰 바위 집 노루의 안부가 궁금한데
단물이 밴 연두 세상 저편 산마을 뿌우연 안개 속에서 아침 물을 길어 올리는 소리, 자박자박 물통을 메고 걸어오는 아이 발소리, 이슬을 터는 산새들 날개깃 소리, 먼 들판을 가로질러오는 짐마차 소리
시월
한철 깔아놓았던 제 그늘을 주섬주섬 거두어
허리를 펴는 늙은 느티나무 무릎이 시다
목이 짧은 해가 두꺼운 외투 깃을 세우고
얇게 인화된 그림자를 둘둘 말아들고
잰걸음으로 산등성을 넘어갔다
종잇장처럼 푸석하게 마른
바람의 입술에 빈 젖을 물리는 억새
한때 말구유같이 아늑했던 초록지붕 위를
맨발로 걷던 구름의 전령들은 다 떠나고
채색한 머리 위로 이모작을 하는 하늘
깊은 우물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 소리의 깃
가벼운 현기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