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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2097978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24-12-2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발심 – 세상을 의심하다
2. 정비 – 주변을 정리하다
3. 정진 – 내면의 길로 들어서다
4. 견성 – 길의 끝에 있는 것
5. 출세 – 세상으로 나아가다
6. 조망 – 시작과 끝, 생과 사를 보다
7. 전진 – 계속 걸어가다
에필로그
저자의 말 –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혹등고래가 자신의 하얀 배를 뒤집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것은 다이버에게 보내는 신호다. 너는 너무 작아. 이 아래는 위험해. 그게 그런 의미인지 도대체 어떻게 알았느냐고 의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고 더 깊이 내려갔던 다이버들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를 귀여운 무엇인가로 생각하는 듯한 이 아름답고 거대한 녀석의 생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길이가 건물 4층 높이에 이르고 몸무게가 보잉737기에 육박한다는 외형적인 특징 외에는 어떤 생활을 하는지, 어떤 여행을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혹등고래의 수신호가 말해주는 것처럼 그가 활동하는 바다는 우리에게 너무나 깊은 것이다.
상상해본다. 희뿌연 빛 몇 줄기만이 간신히 닿는 깊고 검푸른 심해. 신비한 노래로 서로의 거리를 확인하면서 혹등고래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곳에는 무엇이 있고 어떤 이야기가 숨겨진 것일까? 인간의 몸을 걸친 이번 생에 나는 결코 그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숨 막히는 어둠과 심해의 압력을 이겨낼 수 없을 테니까. 그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혹등고래가 되는 것뿐이다.
오래된 소문이 있다. 자기 내면의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이 있다는 소문.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 심연까지 내려가 그 누구도 이르지 못한 그 끝에 닿고 돌아왔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나는 수많은 고전에서 이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이 그곳에서 가지고 돌아온 것을 사람들은 깨달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돌아온 것을 자기 눈으로 확인했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했다. 당신도 그것을 볼 수 있다. 숨 막히는 어둠과 심연의 압력을 당신은 이겨 낼 수 있다. 그 방법은 당신이 혹등고래가 되는 것이다.
(중략)
현대인은 지식의 광야에 던져졌다. 그곳은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아득히 먼 지평선만이 끝없이 나를 둘러싼 광활한 공간이다. 길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대인이 지식의 광야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지도를 제시하는 일이었다. 다양한 학문 분야 간의 연결고리를 거대하게 그려낸 이 대축적지도는 현대인이 지식과 지식을 이어가며 길을 헤매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지도 역시 또 다른 지식이었던 까닭이다. 광야가 가물듯 길도 메말랐고, 끝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우리는 지쳐갔다.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쏟아지는 지식이 아니었다.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앉아 그것을 소화할 여유. 우리에게는 그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실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천은 광활한 지식의 대지 저변을 흐르는 지하수와 같다. 실천이 없는 지식은 메마를 수밖에 없고 그 땅에는 비쩍 마른 잡초만이 앙상한 머리를 내밀 뿐이다. 실천의 과정을 통해 지식이 소화되어 지혜가 될 때, 지혜는 땅 위를 적시고 대지는 그제야 꽃을 피워낼 수 있다.
이 책의 목표는 뚜렷하다. 지식의 포화 시대에 그것을 소화할 나머지 절반의 영역으로서의 실천을 제안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다.
_<프롤로그> 중
가끔은 궁금하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나는 혼란스럽고 주저앉고 싶은데, 어떻게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바쁘게 걸음을 옮길 수가 있는 걸까?
모두가 삶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상에 빠진 자가 현실을 보지 못하듯, 현실에 빠진 자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발심> 중
유물론과 과학이 정신적인 요소를 완벽히 배제함으로써 얻은 것은 무모순성이다. 모든 신념이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언제나 무모순적일 수 있듯, 경험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유물론과 과학은 물질의 울타리 안에서 완벽히 무모순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대중으로 하여금 유물론과 과학이 하나의 이념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설명하는 객관적인 진리라고 상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세계를 축소했다고 할 수 있다. 무모순성의 영광은 정신과 관련된 모든 가치를 세상 밖으로 쫓아냄으로써 얻게 된 반쪽짜리 승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얻게 된 승리는 오늘날의 학계와 대중의 유물론 편향 패러다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발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