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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1716429
· 쪽수 : 376쪽
· 출판일 : 2025-07-21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있기가 힘든 나라
프롤로그 / 이래도 괜찮을까?
1장 돌봄과 치료 / 이상한 나라의 임상심리사
2장 ‘있다’와 ‘하다’ / 대충 앉아 있어
3장 마음과 몸 / ‘마몸’을 만지다
4장 전문가와 비전문가 / 보이지 않는 노동
시간에 대한 고찰
5장 원과 선 /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6장 북극곰과 고래 / 사랑에 약한 남자
7장 치료자와 환자 / 금요일에는 우리끼리만 웃는다
8장 사람과 구조 / 두 번의 이별
돌봄과 치료에 대한 메모
9장 보호소와 수용소 / 그저 있는 건 힘들어
작가의 말
주
참고 문헌
리뷰
책속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의지할 때, 의존할 때 ‘진정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그럴 수 없으면 ‘가짜 자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있기’가 괴로워지면 ‘하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 우리가 어딘가에 ‘있기’ 위해서는 그곳에 익숙해지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안심하며 내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 다만 한 가지는 말해두고 싶다. 앞서 말한 의존을 우리가 평소 무의식중에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의존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어머니가 해주는 일에 아이가 일일이 감사를 전한다면,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아이가 제대로 의존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의존노동은 당연한 일을 지극히 당연하게 제공함으로써 받는 이가 자신이 의존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의존노동은 손해만 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정말 대단하다. 그들이 일을 잘할수록 누구도 고마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마워하지 않을수록 어머니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틀림없이 이런 사정이 의존노동의 낮은 사회적 가치와 관련 있을 것이다. 의존노동은 누구도 깨닫지 못하니까.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 나를 돌보는 것과 같다면, 반대로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것은 그 누군가를 돌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통약자는 자리에 앉음으로써 양보한 이의 기운을 북돋웠고, 모르는 걸 물어본 학생은 가르치는 친구가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왔다. 이처럼 신기하게 뒤집힌 세계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