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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외국희곡
· ISBN : 9791192149134
· 쪽수 : 176쪽
· 출판일 : 2022-05-03
책 소개
목차
■ 책머리에
베니스의 상인
■ 작품 해설
■ 작가 연보
■ 셰익스피어 가계도
■ 장미전쟁 역사극의 가계도
■ 영국 왕가 족보
책속에서
<베니스의 상인>에서 다루는 또 다른 주제는 사랑과 우정이다. 이 극에는 바사니오와 포샤의 이지적 사랑이 있는가 하면, 로렌조와 제시카의 로맨틱한 사랑도 있다.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아름다운 우정이 있고, 란슬로트 고보 부자의 어릿광대 웃음거리도 있으며, 포샤가 주관하는 상자 선택의 게임이나 인육 재판의 아슬아슬한 이야기도 있다. 이들 플롯들이 그 나름대로 드라마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그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작중의 주인공이 바뀌는 복수(複數) 주인공의 양상을 지니고 있다. 셰익스피어 초기 희극의 특징인 중층성의 현상인데, 이 경우는 한 가지 액션으로 주제나 인물을 통합시키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플롯이나 인물이 다양해진다. 이 같은 유형의 작품에서는 인간과 세계를 보는 극작가의 관점과 감성이 중요하다. 그 관점은 리얼리즘이요, 그 감성은 희극적이다. 리얼리즘의 시각은 날카로운 현실 비판이 되고, 대립과 갈등의 플롯을 전개시킨다. 희극적 감성은 자비와 관용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고양시키면서 서로 반목하는 두 세계의 화해를 유도한다.
샤일록은 엘리자베스 시대 사람들의 증오의 대상이었다. 당시 유대인 문제에 관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첫째는 1290년 에드워드 1세가 공포한 유대인 추방령이 그 당시에는 아직도 유효했다는 사실이다. 이들의 국내 거주가 허락된 것은 1650년 크롬웰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두 번째는 이들 대부분의 국내 거주 유대인들이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당시 영국인들은 안토니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이자 받고 돈 빌려주는 일을 죄악시했다. 하지만 때로는 불가피하게 유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일이 생겼다. 그러나 그것은 죄악감이 수반되는 일이었고, 그 감정이 굴절되어 유대인 증오의 감정으로 발전되었다. 세 번째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의(侍醫)였던 유대계 포르투갈인 로더리고 로페즈의 여왕 암살 계획의 발각이다. 이 사건은 엘리자베스 시대 영국인들에게 반유대인 감정을 폭발시켰다. 이런 연유로 안토니오·바사니오·포샤 등의 주인공군(主人公群)과 샤일록의 대결은 인종·종교·경제의 차원을 넘는 갈등으로 발전되어 우정과 사랑의 세계와 증오와 복수의 세계와의 충돌의 드라마가 형성된 것이다. 이 충돌은 인간의 건강하고 밝은 면과 병들고 어두운 면이 서로 부딪치는 투쟁이라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베니스의 상인>을 통해 인생에는 사랑과 미움이 있고, 꿈과 법이 있으며, 웃음과 비통함까지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있다. 끝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두 개의 대립되는 이질 공간인 베니스와 벨몬트의 배경 설정이다. 현실과 꿈, 법과 사랑의 두 공간이 지리적으로 구분되고 있는 점이 희극적 복합구조에 도움을 준다. 항구 베니스는 해가 떠 있는 생존경쟁의 장(場)이요, 벨몬트는 달빛이 가득 찬 사랑의 장(場)인 것이다.
― 작품 해설 중에서
샤일록 소인의 의사는 이미 공작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우리 종족의 신성한 안식일을 두고 맹세한 것처럼 약속대로 그 대가를 받아야겠습니다. 만일에 공작님께서 그렇게는 될 수 없다고 허락지 않으시면, 이 나라의 헌장과 자유는 손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왜 삼천 두카트의 돈을 받지 않고 일 파운드의 썩은 살점을 원하는가, 그 이유를 알고 싶으시겠죠. 소인은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소인의 기질 탓입니다. 이것이 답변이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만약에 소인 집에 쥐가 들락거려 곤란을 겪을 때, 일만 두카트 줄 터이니 그놈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면, 어떻습니까? 답변이 되나요? 세상에는 아가리를 딱 벌린 통돼지구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고양이를 보기만 해도 미쳐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요! 또 어떤 사람은 백파이프의 콧소리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변을 못 참겠다고 법석을 떠는데, 사람이란 제각기 희로애락의 지배자로서 타고난 성질에 따라 좋고 싫은 것이 결정 나는 법입니다. 제 답변은 이렇습니다. 어째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어떤 사람은 아가리 벌린 통돼지를, 또 어떤 사람은 피해도 안 주고 유익하기만 한 고양이를,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털 헝겊으로 싼 백파이프를 죽으라고 싫어하면서 피할 수 없이 창피한 짓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자기 자신도 기분을 망치고, 남에게도 불쾌한 느낌을 안기죠. 이것과 똑같은 것입니다. 저도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말씀드릴 수도 없고 드릴 생각도 없습니다만, 안토니오에 대해서 품고 있는 증오와 혐오감 때문에 아무 이득도 없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답변입니다.
포 샤 기다려! 유대인은 정의로운 재판을 요구했다. 증서에 적힌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줄 수 없다.
그레시아노 어떠냐, 유대인! 공명정대하시고 박식한 재판관님이시다!
포 샤 자, 살을 떼어낼 준비를 하라.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면 안 된다. 그리고 도려내는 살점은 정확히 일 파운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안 된다. 가령, 일 파운드 이상 또는 그 이하의 살을 도려내면, 그 무게가 일 파운드에서 천분의 일이나 만 분의 일만 벗어나더라도, 저울이 머리카락 한 올만큼만 기울더라도 그대는 사형이다. 그리고 전 재산을 압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