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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외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2313955
· 쪽수 : 776쪽
· 출판일 : 2026-09-30
책 소개
목차
시인 황후 ... 9
편집자 후기 ... 769
리뷰
책속에서

치이와 내가 자주 다투던 것과는 별개로, 우리의 수업 시간은 호랑이와 독사들,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는 거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그 시간만큼은 내가 무력하다는 기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바람에 먹물이 마르는 가운데 한 획 한 획 글자를 베껴 쓸 때면 자신감이 차올랐다. 종이 위의 글자들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 누구도 이 글자들을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었다. 설령 이 종이들을 모조리 불태워 버린다 해도, 그저 다시 써 내려가면 그만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납작하게 침식된 초원과 고대의 강줄기가 깎아 만든 협곡, 산 정상이 얼음으로 뒤덮이고 뼛속까지 시리게 추운 고산. 나는 활기 넘치는 도시와 텅 빈 사막, 거칠고 광대한 바다를 보았고, 세 개의 돛을 단 목조 선박들이 사나운 파도를 헤치고 먼 나라로 소금과 옥을 실어 나르는 광경도 보았다.
그제야 나는 깨달았다. 《사계 연대기》는 문자 마법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마법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그 책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다. 궁궐에 갇힌 후궁이라 할지라도 다른 장소, 다른 시대로 데려다줄 수 있으니까.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감정이 밀려왔다. 예전에는 이 세상이 다른 사람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지만, 이제는 나 역시 그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이 나라와 이 왕조 또한, 나 같은 사람들의 것이 될 수 있을 듯한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