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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92333038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2-03-28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주인여자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 거야?
금조 정신없이 떠난 건 아니었다는 거죠. 사모님이나 어르신 정도 되는 분들이라면, 피난을 가게
될 거라는 걸 알고 계셨을 거예요. 근데 왜 저를 메밀밭에 보내신 거예요?
주인여자 글쎄. 별생각 없었어. 난 그냥 일을 준 거잖아. 매일 아침 일거리를 할당해 주는 게 내 일이야.
금조 씨도 안 자라는 그런 메밀밭이 아니라 차라리 다른 일을 주시지 그랬어요.
주인여자 애를 잃어버린 게 안타깝긴 한데, 내가 챙겨야 되는 건 아닐 텐데.
금조 이 찻잔. 7개월 전에도 쓰시던 거네요.
주인여자 뭐?
금조 이건 여기 있네요. 찻잔은 필요하셨나 봐요.
주인여자 지금… 내 탓을 하는 거야…?
금조 네.
시인2 하나라도 더 죽이자는 게 어떻게 시가 됩니까! 죽여서 살아남자는 게 어떻게 시가 돼요!
시인1 내가 살아남는 법을 알아야 남도 살리는 법이야. 죽자고 외치는 것보다, 살자고 외치는 거야.
시인2 선생님한테 지금 제 마음이 전달되기는 하는 겁니까…?
시인1 어리광을 참아 주고 있는 게 안 보여? 내 덕분에 지금까지 목숨 건지고 살아남아서 고작
한다는 게 이상주의 타령밖에 없어?
시인2 네. 살아남았죠. 권력의 개로요. 그까짓 연단 순서가 뭐라고, 어떻게 하면 선생님을 첫 번째 순서로
바꿀까 그 궁리를 하다가 깨달은 거겠죠. 선생님이나 제가 전쟁의 부산물을 먹고 살았다는
사실이요. 과거의 그 커다란 전쟁이 선생님한테 남겨 준 교훈이 이겁니까? 정치가들이 원하는
말이 뭔지 배우신 거예요? 더 높은 사람을 찾기 위해서라면 뭐든 해도 된다는 걸 배우신 거예요?
모리타 너 완전 돌았구나?
노구치 제정신이 아닌 건 너야. 표범 감싸겠다고 안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죽은 사람 탓을
하고 있잖아. 타키자와가 괴롭혔다고? 타키자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건 여기 있는 모두가
알아. 너. 예전에 밖에서 안 돌아온 직원들. 설마 그 사람들도 아무르가 그런 거야? 사실대로 말해.
모리타 아니야.
노구치 난 이제 네 말을 못 믿겠어.
모리타 못 믿으면 어쩔 건데. 너 내 친구 맞냐? 어릴 때부터 평생을 같이 있었는데, 타키자와가
그럴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면서, 나는 못 믿겠다?
노구치 아무르가 온 날부터 뭔가 잘못됐어. 애초에 야생 표범을 들이는 게 아니었어. 네가 못 하면 내가
해. 담장 밖으로 내보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