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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92529455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3-12-1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제2부
제3부
에필로그
ㆍ후기
ㆍ작가의 말
ㆍ헌정사
ㆍ용어 설명
ㆍ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마을에 군인들의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었다. 아빠가 말씀하신 게 저건가? 흰색 동그라미 안에 검은 색 만(卍) 자 무늬가 새겨진 붉은색 대형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나치당의 상징으로 최근 몇 개월 새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아빠가 언급하는 것 중 하나일지 몰랐다. 길거리에서 “안녕하세요.” 대신 “하일 히틀러!(히틀러 만세!)”를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친구들을 따라 나오면서도 나는 그저 멍하기만 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표지판을 봤을 땐 속이 상하긴 했어도 그건 나만이 아니라 모든 유태인을 대상으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 일은 훨씬 더 지독했다. 반유태주의를 직접적으로 경험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너무 모욕적이었다. 상처를 받았고 화가 났다. 내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다. 낯설기만 했다. 이는 나를 뿌리째 흔들어 놓은 사건이었다.
“내 이름은 줄리안이야. 줄리안 봄예.”
줄리안이 마치 우리가 처음 만난 사이인 양 한 손을 내밀었다. 어느 면에선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는 내가 잘해야 못 본 척하고, 나쁘게는 시궁쥐보다 못하게 대했던 소년 뚜흐또가 더는 아니었다. 얼굴에는 관심 한번 주지 않고, 대신 불편한 걸음걸이와 옆에 끼고 다니는 목발만 보였던 소년. 나의 탈출을 돕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소년.
나는 뚜흐또의 손을 잡고 정식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내가 이름을 불렀다.
“줄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