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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중국철학
· ISBN : 9791192628257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서문 _ ‘독학자의 공부’ 시리즈를 펴내며
들어가며 _ 통치론의 새 지평
1부 한비의 생애와 문장
1장 _ 한비의 생애
한비, 전국시대 최후의 대사상가 | 한비와 이사, 라이벌? | 한비의 시대
2장 _ 한비의 문장
「세난」 주석 비교 | 「세난」 분석
2부 한비자의 문제의식
1장 _ 군신관계와 통치론
현실인식 : 군신관계는 불신이 기본 | 통치론
2장 _ 복합적인 사상의 결
자료로서의 역사와 그 해석 | 이전 사상에 대한 검토 : 『노자』 | 당대 사상조류의 검토와 비판 | 「고분」 : 현실인식과 우환의식을 담은 예술 산문
3부 사상과 이야기
1장 _ 법가 사상의 흡수 : 세·술·법
세(勢) : 성인에서 보통의 임금으로 | 술(術)·법(法) : 군신관계의 역학
2장 _ 도가와 유가의 영향
노자에서 한비자로 : 도가와 법가 | 유가와 법가
3장 _ 역사와 이야기
이야기의 바다 | 한비의 글쓰기 | 연주체
맺는 글 : 이상에서 현실로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비자는 선왕(先王) 혹은 성인(聖人)에서 ‘보통 임금’으로 통치 주체를 옮겼다. 이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탁견이었다. 유가에서 도가까지, 심지어 묵가에서조차 선왕이라는 문명의 창조자, 문화의 모범에서 통치론을 구상하는 이상(理想)정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한비자는 이 강고한 틀을 깼다. 한비자를 통해 통치는 이상의 영역에서 당대 현실과 ‘지금 여기’의 문제로 바뀌었다.
현대의 한비자 연구가 천치유(陳奇猷)는 『한비자신교주』(韓非子新校注)에서 주요 주석가를 섭렵하면서 ‘구주’(舊注)라고 표시한 글을 보여 준다. 구주란 당나라 때의 이찬(李瓚)의 주석과 당나라 이전 위진(魏晉) 시기 위(魏)나라 때의 유병(劉昞)의 주석을 말한다. 유병의 주석은 일부만 전한다. 한나라 때부터 주요 유교 경전에 주석 작업이 이루어진 데 비해 『한비자』 주석은 생각보다 늦다. 원나라와 명나라에도 『한비자』에 관심을 갖고 기록한 책이 보이지만 청나라 때 와서야 고증학자들의 손에 상세한 검토가 이루어진다. 왕선겸(王先謙)에 의해 집대성된 것이 『한비자집해』(韓非子集解)다.
『장자』와 비교해 보면 한비의 글쓰기와 사고가 분명해질 것이다. 『장자』는 역사전거를 인용하기보다는 우화와 창작, 빗대는 이야기로 자신의 논점을 뚜렷하게 한다. 한비가 역사와 전거에 젖줄을 대고 있다면 장자는 창작된 이야기, 픽션에 뿌리를 내렸다. 둘 차이는 상당하다. 한비는 역사에서 이론으로 나아가는 길을 택했고, 『장자』는 역사에서 허구로 진행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한비는 역사에서 자신만의 교훈과 거울을 보았고(이 점 유가와 비슷하지만 해석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장자는 역사를 이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로 허구성을 증폭시켰다. 한비는 이야기성이 풍부한 역사를 감계(鑑戒)로 집중시킨 반면 장자는 허구성을 확대해 문학 쪽으로 성취를 이뤘다. 한비의 글이 밀도가 높아 보이는 까닭이 여기 있다. 그는 자신의 테마를 위해 모든 것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장자』는 읽을수록 까다로워지는데 이야기성이 풍부해지면서 해석의 여지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