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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2638331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1부 미옥
2부 부산
3부 카카듀
4부 앨리스
에필로그 성탄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예술을 믿는다. 신을 믿듯이 아름다움을 숭앙한다. 아름다움을 추종함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현앨리스가 나타났다.
이것이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의 가장 정확한 요약이다.
행여 그 여자를 놓칠까 봐 부랴부랴 카메라와 필름통을 끼고 대합실로 달려갔다. 짐도 무겁거니와 앞뒤 없이 달려간 참이기도 해서 부딪치듯 쾅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여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크고 동그랗되 눈썹 길이만큼 옆으로 길게도 뻗어 있는 눈 한쪽은 쌍꺼풀이 짙었고 한쪽은 홑꺼풀인 듯 속쌍꺼풀이 있어 묘한데, 서로 비대칭처럼 보이는 눈의 균형을 좁은 콧대가 아슬아슬 조심스레 가누었고 그 아래에 붉은 마침표 같은 입술이 갓난애의 조막만 한 크기로 야무지게 놓여 있었다.
신파(新派), 신파다.
새 시대의 얼굴이다.
“라남에서 온 라운규올시다.”
누구…… 하고 물으려던 참에 운규가 서양인처럼 과장된 동작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자기 가슴팍을 가리켰다. 억양이 약간은 특이했는데 알고 보면 그건 저 지독하다는 동북방언의 흔적을 노력으로 거의 지워내고 남은 것이었다.
그는 영화가 좋아서 왔다고 말했다. 1지망으로 배우를 하고 싶고, 기회를 준다면 감독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즉 운규는 등장부터 나의 라이벌이었던 셈이다. 나도 감독으로 조선키네마에 입사하였지만, 고좌가 나의 신상명세(나이)를 알고는 태도를 바꾸어 감독은 아직 이르다고 선을 긋는 바람에 조감독 신세였다. 부디 와달라 간청할 때는 언제고, 고작 나이를 가지고. 감독 노릇도 졸렬하고 유치하기 짝 없는 주제에. 나는 처음 보았을 때는 물론 이후로도 결코 운규에게 나이를 묻지 않았으나 그가 연상이고 내가 상대적으로 연소한 것은 그도 알고 나도 알았다. 감독 지망으로 들어오는 형이라면 나를 앞질러 감독이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나는 왠지 그가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