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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684444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3-02-16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서울 광장 무지개
원 투 쓰리 플라이
젠장, 숨이 콱
입춘에 내리는 비
뽀뽀는 생크림처럼
위대한 광대
퀴어 나이트
나는 죄인입니까
내 손 잡고 가
길을 잃고서
어른이 되면
크고 부드러운 손
날씨가 참 좋아
이반 일반 나란히 행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택시를 탔다.
준영이의 머리가 내 어깨 위로 힘없이 떨어졌다.
준영이가 눈을 감았다. 김준영. 내 친구. 내 소중한 친구 김준영.
내 소중한 게이 친구 김준영은
그렇게 내게 짠한 가슴이 되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우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차마 그 사이를 뚫고 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형, 저 새끼 호모라면서요? 와 대박!”
“야, 말도 마. 날 좋아한대. 아 토 나와.”
하건우의 목소리였다. 준영이의 눈과 얼굴이 붉어졌다.
“진짜 역겹다.”
“더러운 새끼, 그 새끼 눈길만 와도 역겨워.”
“그 새끼 안 되겠네. 그런 새끼하고 몇 년을 한동네서 같이 살고, 한 학교에 같이 다니고, 한 교회에 같이 다녔잖아요.”
“나는 그 새끼하고 운동하고, 샤워까지 같이 할 뻔했잖아.”
“아 토 쏠려.”
“어쩐지 그 새끼가 나를 보던 눈빛이 끈적끈적하더라니까, 아 더러워!”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서, 더 이상 준영이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어서, 나는 본당 문을 세게 밀고 나왔다.
너 혹시 하건우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라고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응……. 그렇지만 좋아하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 그 사람 입장에서는 끔찍이 여길 만큼 나쁜 일일 테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뭐가 나빠? 싫어하는 마음이 나쁜 거지.”
준영이가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난 네가 나를 피하고 멀리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준영이의 이마에 초승달처럼 주름이 졌다가 사라졌다. 준영이는 안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준영이의 미소가, 준영이의 안도가 나를 더 슬프게 했다.
준영이는 왜 타인에게 이해를 구하며 살아야 할까.
준영이는 왜 타인의 이해에 고마워해야 할까. 준영이는 나처럼, 보통 사람들처럼,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