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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732107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09-20
책 소개
목차
1부
크고 깊은 서랍
2부
사이 / 프리다 / 월하정인 / 8월의 고래 / 이야기모자 이야기 / 루시 / 뿔 / 1945
/ 이토록 차가운 이야기 / 나는 괴물이 아니다 / 여름의 규칙 / 개복치클럽
3부
나는 새를 봅니다 / 피사체 / 때로는 새 / 꿈에 아빠와 꽃꽂이를 했어요 / 납작한 이야기
/ 이름 / 난데없는 이야기 / 잊을 뻔한 이야기 / 의미심장한 이야기 / 우키시마호 / 피노키오
/ 오늘이 /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 / 새는 아직도 죽어 가고 있어 / 4월, 그리고 안녕
/ 하찮은 슬픔 / 첫눈 / 안부
4부
아추증후군 / 춤 / 얼룩말 행진곡 / 너무 긴 일요일 / 라일락 통신 / 우리 집에 고래가 있다
여름 옆에서 / 진정 사과가 맞습니까 / 어쩌면 토마토 / 기억할 만한 이야기 / 생일 아침
경계 / 뜻밖의 기념일
5부
오늘은 해파리 / 우리 같이 스카이다이빙 할까? / 절대지식 / 펭귄의 날 / 벗고개에서 만나요
정오의 희망곡 / 당신도 알 만한 이야기 / 괜찮아요 / 만우절 / 시계탑 앞에서 만나자
/ 소마트로프
해설
시는 어떻게 오는가 - 이은림의 시세계 | 고봉준(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서랍은 늘 조금씩 열려 있습니다.
들키기 쉽게
아니, 들킬 수 있도록.
누구도 자신의 서랍은 볼 수 없습니다.
스스로에게만 사각지대거든요.
서랍에는 1인칭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사소하고 하찮은 담론부터
거대하고 자의적인 농담까지
어쨌거나 내 것일 수밖에 없는 이력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서랍을 읽고 있습니다.
아마 제법 오래 관찰 중이었던 것 같은데요.
내 서랍이 그 정도로 크고 깊은 걸까요.
서랍에 대해서는 지극히 제한된 표현만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 펜과 붓을 들고 있고요.
서랍은 고의적으로 들통납니다.
내 서랍은 순식간에 그림으로 증명되겠지요.
서랍을 열자마자 날아오르는 파랑새라니요,
그래서 등 뒤가 그토록 가려웠던 걸까요.
이번엔 내 방식으로 누군가의 서랍을 열겠습니다.
조금 넓어진 입구로 한껏 풍경을 읽은 후,
옮겨 적어 볼까 합니다. 이를테면, 詩랄까요.
- 「크고 깊은 서랍」 전문
해 질 무렵이면 서해를 향해 핸들을 돌리고 싶어져요. 노을에 닿으면 좀 아프긴 하겠죠. 그건 여전해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가시 돋친 넝쿨이 가끔씩 나를 덮겠지만요, 넝쿨에 친친 감기는 거, 숨 막힐 때까지 나를 가두는 거 좋아요. 벽이라 여기고 기대면 바닥이니까. 드디어 바닥이구나, 생각하고 한숨 자요. 내 잠의 바퀴는 속도를 내며 내 안을 달리죠. 그렇게 달리듯 자고 일어나면 넝쿨은 잠잠해요. 더 이상 찌르지 않거든요. 맞아요, 어제도 그랬는걸요. 아마 당신을 만나려고 그랬나 봐요. 고마워요. 정말이에요, 안 괜찮아도 괜찮아요, 아무튼, 괜찮아요.
*피겨선수 김연아가 마지막 올림픽(러시아 소치) 때 인터뷰에서 한 말
- 「괜찮아요」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