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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34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3-11-20
책 소개
목차
축간사
어머니의 용돈 1~7 / 11
저자소개
책속에서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생사람 잡지 마라. 정말 난 안 받았어! 여길 봐라! 나한테 지금 땡전 한 푼도 없지 않니?”
어머니는 입고 있던 긴 겉치마를 들추더니 이어서 속치마까지 걷어붙이시고 속곳 깊숙이 넣어두었던 두 개의 긴 줄이 달린 쌈지주머니를 꺼내시더니 그것을 홀랑 뒤집어서 손바닥으로 툭툭 털어대시며, 이걸 보란 듯이 약간은 화가 치민 얼굴을 더욱 진지하게 정색으로 바꾸시며, 한껏 언성을 높여 말씀하셨다. 자기의 말이 눈곱만큼도 거짓이 없는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강조라도 하시듯 결국 주머니를 매단 끈까지 끌러내시더니 더욱 힘주어 거듭 방바닥에 대고 탈탈탈……, 연이어 여러 번을 털어대셨다.
그런데 겉으로는 그토록 태연하시고 대수롭지도 않은 척 마냥 꿋꿋한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장남을 향한 불타는 속내는 절대 그게 아니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큰 양동이 하나를 머리에 얹고 삼십 리 길이 넘는 의령 읍내로 내달리다시피 뛰어가서 여러 곳의 갈비탕집이며 곰탕집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이 그 살점을 뜯어먹고 발라놓은 고기뼈다귀를 양동이 그득 주워 담아서 마치 새우젓 옹기 독처럼 이고 집으로 와서는 몇 번을 깨끗하게 씻어서 가마솥에 넣고 펄펄 여러 번을 고아서 진한 하얀 곰국을 끓여주시던 것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네 병에는 영양보충이 제일이란다.”
깊은 병이 든 아들에게 쇠고기 곰국이나 고기를 사서 먹일 형편이 전혀 못되는 어머니는 그 바쁜 와중에도 근 일 년 가까이 사나흘에 한 번꼴로 시내의 식당을 돌며 남이 먹고 버린 뼈다귀를 주워 고아 아들에게 먹였다. 영덕은 영양보충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 때문이었는지 일 년 만에 그토록 고질병으로 잘 낫지 않는다는 무서운 폐결핵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경비원의 전화였다.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동의 같은 층수 다른 집에 머리가 하얀 나이가 많은 할머니가 들어와서 방 하나를 떡 차지하고는 주인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자기 집이라고 계속 우겨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집에서는 생전 처음 당하는 마치 대낮의 귀신에 홀린 듯한 이상한 일에 차마 할머니를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보호자를 찾으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었다.
재숙이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어머니가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언제나와 같이 입고 있던 겉옷도 벗어 윗목에 던져놓고 양말도 벗어 놓은 채 정말 자신의 방에서처럼 한껏 여유를 부리고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