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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2836836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4-08-27
책 소개
목차
여우
행성어 작문 시간
안녕, 판다
앤
호감도는 0퍼센트
레몬 강아지, 초록 바람
하지의 소녀
작가의 말
추천의 글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완전히 다른 누군가가 될 수는 없어요. 그건 원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구오진의 요킨과 이곳의 요킨은 같은 사람이에요. 그 사이에 있는 건 기억입니다. 떠나온 곳으로 두 번 다시 갈 수 없다고 해도 그곳에 살았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고 기억에 남아 있죠. 잊거나 왜곡하려고 해도 기억은 제법 끈질긴 편입니다. 잃은 것이 무엇인지 기억한다면 회복하려고 하겠죠. 완벽한 원상 복구는 불가능할지라도 가까이 갈 수는 있을 겁니다. 그 모든 것들이 요킨을 요킨으로 남아 있게 할 거예요.”
그 순간 공기 중의 뭔가가 약간 달라졌다고 느꼈다. 사정없이 몰아치던 회색 눈보라가 갑자기 그치고 그 사이로 비친 따스한 햇볕이 목덜미를 살짝 어루만지는 느낌.
―「행성어 작문 시간」
*
집 앞에 도착하자 앤은 고맙다고 말했다. 노랗게 불을 밝힌 창을 잠시 올려다본 나는 물었다. 헤카테어로 ‘고맙다’를 어떻게 말하느냐고. 앤의 입에서 하얀 눈송이가 흩날리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따라서 소리 내 보았다. 지상에 낙하한 눈송이가 녹는 것처럼 앤이 조용히 웃었다. 그날 밤, 나는 버스에서 내린 뒤로 통역기를 켜지 않았고 앤도 물론 알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앤의 언어로, 눈송이가 흩날리는 듯한 소리로 말해 보았다. 고마워. 어쩌면 전혀 다른 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앤은 이해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