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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06131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3-10-25
책 소개
목차
기억과 안개 - 언젠가의 집
오래된주택
언젠가의 집
모르는 영역
선택과 포기
서랍 속 제비꽃
이상형의 집
소설의 기분
이사
로즈마리의 숲 - 첫, 봄
눈, 히아신스의 예감
마당의 기억
채소의 마음
부엌의 기억
안전함의 거리
다정한 언어
꽃의 철학
긴 산책
복숭아의 잠 - 백일몽의 여름
라일락의 창
백일몽
작가의 방
복불복의 토마토
살구의 맛
우연의 고양이
여름 손님
어른의 일
작고 어여쁜 별
닭고기 수프
달밤, 휘파람 소리 - 공존의 가을
고등어
다락의 기억
소울 푸드
집의 기억
타인의 집
사과의 서사
두 번째 이사
눈과 팬케이크 –시나몬의 겨울
겨울의 전령사
크리스마스의 마켓
6인용 테이블
고요히 낙하하는
살구의 마음으로 - 두 해 여름
딸기잼과 옥수수식빵
작별
먼 여행
두 개의 집
여름과 꼬마
살구의 마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래된 주택
나는 기억한다. 이사 트럭에서 내려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처음 대문 안으로 들어선 순간. 이삿짐 내리는 소리가 분주하고 어수선한 가운데 나와 어린 동생은 처음 빛을 본 병아리처럼 어리둥절해서 서로 꼭 붙어 있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는 마당은 마른 풀과 잿빛 흙으로 덮여 있고 희붐한 빛이 어려 있었다. 그건 겨울 안개였을까, 봄 아지랑이였을까. 낯설면서도 어쩐지 두근거려 두리번거리다 나는 마당 한쪽 유난히 환한 곳에 눈길을 두었다. 어린 나뭇가지에 우연히 떨어진 별처럼 작고 하얀 꽃이 피어 있었다. 이곳을 우리 집이라 부르게 될 것을 나는 예감했다. 내 나이 일곱 살 때였다. 나는 엄마를 전혀 안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닮은 점이 있었다. 나도 첫눈에 잘 반하는 편이었다.
오래전 기억 속의 집으로, 나는 다시 돌아왔다.
이상형의 집
멀리 은빛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틀룬라티 호수가 내다보이고, 선반에 아라비아의 그릇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주방에서 우리는 뿔라와 링곤베리잼을 먹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시장에서 산 수프를 데우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테이블에 앉아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었다. 수비가 당부한 대로 사우나에 가서 노곤해질 때까지 뜨거운 김을 쐬며 피로를 푼 뒤,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조금 알딸딸해져서 잠자리에 들었다. 볕 잘 드는 하얀 집에서 가장 많이 한 건,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상형의 집
멀리 은빛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틀룬라티 호수가 내다보이고, 선반에 아라비아의 그릇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주방에서 우리는 뿔라와 링곤베리잼을 먹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시장에서 산 수프를 데우거나 파스타를 만들어 테이블에 앉아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었다. 수비가 당부한 대로 사우나에 가서 노곤해질 때까지 뜨거운 김을 쐬며 피로를 푼 뒤,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조금 알딸딸해져서 잠자리에 들었다. 볕 잘 드는 하얀 집에서 가장 많이 한 건, 창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