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logo
x
바코드검색
BOOKPRICE.co.kr
책, 도서 가격비교 사이트
바코드검색

인기 검색어

실시간 검색어

검색가능 서점

도서목록 제공

저녁의 신

저녁의 신

이학성 (지은이)
비(도서출판b)
12,000원

일반도서

검색중
서점 할인가 할인률 배송비 혜택/추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10,800원 -10% 2,500원
600원
12,700원 >
yes24 로딩중
교보문고 로딩중
11st 로딩중
영풍문고 로딩중
쿠팡 로딩중
쿠팡로켓 로딩중
G마켓 로딩중
notice_icon 검색 결과 내에 다른 책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중고도서

검색중
서점 유형 등록개수 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eBook

검색중
서점 정가 할인가 마일리지 실질최저가 구매하기
로딩중

책 이미지

저녁의 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저녁의 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986012
· 쪽수 : 143쪽
· 출판일 : 2023-03-16

책 소개

중견 시인 이학성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집에는 59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묶였다. 이 시집은 한마디로 ‘언어 이전의 언어’에 대한 탐닉, 즉 ‘언어’에 대한 시인의 차별적 인식과 ‘문장’을 향한 시인의 열정과 고투가 담긴 시집으로, 마치 묵직한 한 권의 중세 회화집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침묵 11
기록자학교 12
로랜드 고릴라 14
고아 16
성장기 18
야생의 인디언소년 20
산책하는 개와 주인 22
코 24
평평族 26
낙타의 문장 28
화부 30
떠돌이 32
첫걸음 33
상속 34

제2부
고요 37
우주적 손 38
친절한 모자 40
방문객 42
다리 밑 신화 44
저녁의 신 46
견자 48
두 대의 기타 50
브로큰하트 밸리 52
전설의 설거지王 54
전령 57
CCR 형들의 노래를 권함 58
모성적 발로 60
두꺼운 책 62
새가 물어온 저녁 64

제3부
부러진 나무 69
나귀와 오름길과 호수 70
처방 72
자신에게만 관대함 74
서사적 애인 76
초대통감의 십대훈령 78
표적 80
흠결 81
그림의 배후 82
공론의 식탁 84
Bowl 예찬 86
낡은 수도꼭지 88
편력 시대 90
깨진 창 92
펜 94

제4부
내 연애 99
불후 100
낭만의 종언 102
끽연가 103
모나미에게 106
대령의 집 108
벨라 차오, 안녕 내 사랑 110
몰두 113
잉잉거리다 115
화동 116
딱정벌레 118
새의 무게 120
자립도시 121
저녁의 신 122
바스락거림에 관해 124

ㅣ해설ㅣ 전해수 137

저자소개

이학성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났고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마쳤다. 1990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여우를 살리기 위해>, <고요를 잃을 수 없어>, <늙은 낙타의 일과>를 냈고, 산문집으로 <시인의 그림>, <밤의 노래>가 있다.
펼치기

책속에서

<낙타의 문장>

생각이 막힐 때는 낙타를 업고서 사막을 건넌다고 상상하지. 검푸른 하늘에 박힌 뭇별들을 거룩한 안내자 삼아 닷새째 나가고 있으나, 말문이 트이기 전까진 낙타를 내려놓지 않으리라 다짐하지. 꼬박 낙타를 떠메고서 사구를 넘자니 발목이 모래 무덤에 빠지고, 위안을 구실로 단조로운 휘파람 소리를 내고 있지만, 업힌 낙타는 마치 몹쓸 병이라도 도진 것처럼 생기를 잃고 혼곤한 잠에 빠져 있어. 그러니 어서 마을로 낙타를 데려가야 해! 걸음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그래서라 상상을 서두르지. 아무리 병든 낙타라지만 순한 새끼 양보다 가벼울 리 있을까. 대관절 낙타를 업는 게 말이 되냐며 누구든 나서서 뜯어말릴 만도 한데 아직 그러는 이는 없어. 온종일 걸어도 낙타가 무겁게 침묵하는 까닭과 일평생 떠맡아 온 등짐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겪어보지 않고서야 어찌 알겠어. 끈질기게 재칼의 무리가 따라붙으려 하지만, 그래도 사막을 가로지르다 보면 언젠가는 낙타의 마을에 닿으리라 터벅터벅 행로를 고집하지. 행여 지치려고 해도 그의 마을에서 새겨지게 될 문장은 무얼까, 기대와 궁금증이 혼미해지는 상상을 가까스로 부축해 세우지. 그런데 알아? 누구든지 한 번쯤은 낙타의 문장을 얻겠노라 먼 길을 헤치는 상상이야 하겠지만 낙타라는 존재는 워낙 낯가림이 심해서 어설프게 다가가 등을 내밀었다간 아찔한 곤욕을 치른다는 걸.


<저녁의 신>

알맞은 어느 저녁 당신께서 찾아오셨다. 손때 묻은 지팡이를 문가에 세우더니 나직이 저녁 한 끼를 청하셨다. 어디서 그런 겸양한 음성을 듣겠는가. 갑작스런 당신의 현현(顯現)에 식구들 모두가 크게 놀랐다. 그럼에도 아비가 침착히 나서 당신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때마침 부엌의 화덕에서는 스튜 냄비가 괄게 끓어올랐고, 당신께서 막 앉자마자 실내의 등불이 환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신은 불빛이 어룽대는 식구들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다보시곤 제일 수줍어하는 아이를 가리키며 나이와 이름을 물으셨다. 그러곤 붉게 달아오른 막내의 뺨을 어르며 가정의 화목을 축원하셨다. 허름한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은 기름지지 않아도 저마다 정갈했으며 질그릇 부딪는 소리가 이따금 창밖을 떠도는 바람소리와 어울렸다. 어느덧 식사가 끝나갈 즈음 아비가 무거운 입을 열어 어디로 가시나이까, 하며 당신의 행로를 물었다. 당신께서는 갈릴리 호수 너머의 나사렛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우리 마을에서 그곳까지는 얼마나 먼가. 더군다나 어두컴컴하게 밤이 깊어가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우리의 만류를 뿌리치셨다. 이윽고 숙연한 저녁기도를 마치고는 지팡이를 찾아 짚으셨다. 당신의 그윽한 눈동자 속에 애타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내비쳤다. 아쉽게도 만남은 길지 않은 시간, 언제가 될지 훗날의 재회를 기약하기도 어려웠다. 컴컴한 바깥으로 향하는 당신께서는 아무것도 신지 않은 차가운 맨발이었다.


<모나미에게>

묻건대 못 만드는 걸까 안 만드는 걸까
전자라면 초일류반도체 생산국이란 지위가 어색하고
후자일 경우 소비자의 호된 질타를 받아도 싸다
그깟 필기감이 물 흐르듯 부드럽고 우아하며
찌꺼기가 번져 종잇장이 얼룩진다거나
놔두고 방치한들 잉크가 말라 굳지 않는 펜 하나쯤
업계의 선구인 귀사가 여직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애석함을 넘어 의문스러울 따름인데
가뜩이나 혐한 기류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시국에
이 글을 꼬투리 잡아 교활한 일본 우익이
한바탕 난리 칠 게 불 보듯 빤하긴 해도
사십 년 가까이 모나미펜으로 생업을 이어온 필자가
언젠가 딸아이가 건넨 미쓰비시 펜 자루에 혹해
어쩌면 이토록 글씨의 터치가 매끄러울까
놀람과 부러움을 감추기 어려웠어도
그렇다고 내세우듯 셔츠 주머니에 꽂고 다닐 수 있겠는가
아무리 좋기로 어찌 일제를 구매한단 말인가
뼈저린 치욕의 역사가 분하지도 않으며
반성은커녕 한마디 사과에도 인색한 저들의 작태가
천불이 일도록 괘씸하지 않더냐! 호통 대신
요걸 며칠만 빌려다오, 딸애에게 속닥거린 말을
이제 와 쓸어 담을 수 없음을 책망하며
볼펜 한 자루로 저들과 우열을 겨루자는 심사겠냐만
힘으로 응대하려 든다면 힘으로 대응할밖에
분발을 독려하는 뜻에서 몇 글자 적느니
밝히나 마나 이 초고는 모나미153 시리즈로 썼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이 포스팅은 제휴마케팅이 포함된 광고로 커미션을 지급 받습니다.
도서 DB 제공 : 알라딘 서점(www.aladin.co.kr)
최근 본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