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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302479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08-12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제2장
제3장
에필로그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건 꿈이야. 꿈.’
수오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다른 설명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좌절의 순간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한 사람은 형이었다. 숲에 서 달려오는 형을 보았을 때 수오는 기뻤다. 이것이 악몽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제 깼구나?”
형이 수오를 바라보았다. 새빨간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형은 밤마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드디어 성공한 모양이었다. 부모님을 따돌렸다고 생각했을 테니 즐거울 만도 하다고 수오는 생각했다.
“이리 와. 같이 숲으로 가자. 도깨비 찾으러.”
형이 수오를 일으켜 세웠다. 단지 잠에 취했다고 하기에는 극심한 어지럼증이 동반했다.
열두 살인 형이 상주를 맡았다. 수오와 형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손님이 오면 절을 하고 인사를 했다. 사람들은 상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들은 축축한 손바닥으로 수오의 손과 얼굴을 마구 쓰다듬었다. 수오는 내내 악몽에서 깨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중략)
수오는 틈이 날 때마다 형의 손을 꽉 잡았다. 그 손을 놓치면 어디론가 떨어져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세게. 그리고 조문객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울 줄만 알지 아무 것도 몰랐다. 어른들은 고작 열두 살짜리 형이 얼마나 어른스러운지, 얼마나 든든한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사람들은 형을 보고 이렇게 속삭였다.
“저 아이가 제 부모를 죽였다.”
녀석을 본 호두의 첫마디는 이랬다.
“죽기라도 하면 어떡하냐.”
호두는 성가신 것을 데리고 왔다고 툴툴거렸다. 그래도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바깥에 함부로 내칠 수는 없었다. 환자여서가 아니라 무거운 포대 자루처럼 커다랗고 남들 눈에 잘 띄는 것이어서 그랬다. 다행히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는데도 녀석은 천천히 기력을 찾아 갔다. 소년은 사흘 간 내리 잠만 자다 눈을 떴다.
녀석의 이름은 이태오. 스물한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