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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아내의 시간](/img_thumb2/9791193027011.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93027011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05-02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부부의 시간
가족의 시간
아내의 시간
나오며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시 함께 살아 보니 의외로 충돌보다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열정이 식고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의무도 어지간히 끝낸 시점이니 서로 상대를 대하는 데 여유도 생겼지만 무엇보다도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라 이심이체二心異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가 상대의 어떤 부분이 예각인지를 알고 있는 터라 함께 지내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어디쯤 경계석을 두어야 할지 압니다. 세상에는 부부 관계에 대한 통념이 있지만 우리는 그것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사랑은 여러 가지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느낍니다.
오래된 사진은 소리 없는 울음을 울게 하고 미소 짓게 합니다. 후회하게 만들기도 하고 기쁨을 되찾아 주기도 합니다. 뒤바뀐 옳음과 그름을 바로잡기도 하고 숨겨졌던 진심을 발견하게도 합니다. 사진은 경험이 아니면 배울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얘기이며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증언입니다.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면서 서서히 발효되어 사랑이 된다는 것을 오래된 사진이 알려줍니다.
만발한 진달래꽃 무리 속으로 멀어지는 아내의 뒷모습에 설레서 나는 자꾸 뒤처져 따랐습니다. 아내는 신발에 갇힌 발이 가엾다며 등산화를 벗었습니다. 나는 아내의 등산화를 지고 뒤따랐습니다.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가장 간소한 점심을 준비하고 싶다던 아내는 아무 찬도 필요 없는 현미찰밥을 지어 바리때에 담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찬으로 밥을 오래 씹었습니다. 참 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