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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번복

농담과 번복

안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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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과 번복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농담과 번복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3044421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6-03-24

책 소개

『엄살원』, 『소녀는 따로 자란다』, 『친구의 표정』의 작가 안담의 『농담과 번복』이 출간되었다. 『농담과 번복』은 일상에 자리한 슬픔의 순간들과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로로 삼아, 인간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어긋나고, 다시 시도하는 순간들을 사유하는 산문집이다.
“훌륭한 인간은 반복한다. 못 미덥고 못마땅한 인간은 번복한다.
그리고 바로 그럴 때 약간의 농담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시한폭탄처럼 껴안고 화려하게 자멸하기를 시도하는
치열하고 지적인 글쓰기


『엄살원』, 『소녀는 따로 자란다』, 『친구의 표정』의 작가 안담의 『농담과 번복』이 출간되었다. 『농담과 번복』은 일상에 자리한 슬픔의 순간들과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를 통로로 삼아, 인간이 서로에게 말을 건네고, 어긋나고, 다시 시도하는 순간들을 사유하는 산문집이다. 농담은 단순히 웃음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거리, 욕망과 수치심, 사랑과 실패가 동시에 드러나는 말의 형식이다. 이 책은 그 위태로운 말하기의 장면들을 따라가며, 우리가 왜 끝내 농담하고 번복하기를 멈추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조용하고 정교한 문장으로 웃음 이후에 남는 감각을 오래 붙들고 놓지 않는 이 책은 우리가 얼마나 자주 틀리고, 얼마나 자주 돌아오며, 그럼에도 다시 말하고 다시 살아가려 하는 존재인지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농담을 한다는 건 이런 뜻이다.
슬픈 일이 있었고, 그럼에도 살아 있다는 것.”


바깥은 살을 베는 듯한 겨울바람이 매섭게 지나가는데, 온 식구가 추위를 이기기 위해 거실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누구도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 어린 안담은 학교에서 배워온 농담을 던진다.
“개미네 집 주소가 뭐게? 정답은 허리도 가늘군 만지면 부러지리.”
피식 웃는 식구들에게 안담이 다시 던진다.
“모기는? 소리도 무섭군 물리면 가려우리. 네 배는? 네 배도 빵빵하군 만지면 터지리.” 피시식 웃던 식구들이 마침내 쓰러진 볼링핀처럼 데굴데굴 구르며 배를 잡을 때까지 자꾸만 시도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 그 겨울밤을 선명하게 떠올리며 “그것이 나의 첫 공연이었다”고 말한다. 그러곤 이내 번복한다. 실은 아니라고, 그렇게 단박에 성공했을 리가 없다고.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첫 번째 농담의 기억이 선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그들은 평생 너무 많이 시도했으니까.
저자는 농담이 무엇인지를 엄마에게서 배웠다. 살아 있나 보지? 농담을 하는 걸 보니까? 슬픈 일이 있었어? 농담을 하는 걸 보니까? 저자는 깨우친다. 살아 있으면 슬픈 일은 생기게 마련이고, 우리는 슬픈 이야기를 굳이 웃기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계향에게 배운 코미디의 원리를 담은 문장을, 내 안에서 새 순서와 새 의미로 배치해본다. 우리는 대개 우습고, 그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고도 죽지는 않고, 죽지는 않는 한 우리는 그에 관해 농담할 수 있다. 또는 이렇게도 바꾸어본다. 우리는 대개 슬프고, 그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에 관해 농담하는 동안은 우리는 죽지 않는다. _본문에서(51면)

“나에게는 나의 자조가 소중하다.”
연약하고 때로 수치스러운 기억조차
가장 막강한 농담의 연료로 태워버리는 텍스트 퍼포먼스


내가 던진 농담에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을 바라볼 때의 쾌감을 우리는 좀체 잊지 못한다. 농담을 하는 건 그런 기분을 다시 얻고 싶어서 아니면 그저 잠깐의 어색함을 넘기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농담이란 실은 얼마나 위태로운 말하기인가. 농담은 단순한 웃음의 기술이 아니라 힘과 욕망, 사랑과 실패가 동시에 드러나는 말의 형식이며 때로는 스스로를 통째로 판돈 삼는 도박이다.

==
안담은 쓴다. 가장 위험 감수가 높은 방식으로 가장 화려하게 자멸하길 선택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해서.
자기 삶을 농담이란 이름의 시한폭탄으로 만들어야만 겨우 견딜 수가 있게 되는 사람들의 나쁜 습성에 대해서.
실로 안담에게 농담이란 삶이 주는 ‘레몬’에 대한 과잉 대응이자 초과 달성이다.
삶은 바로 그런 방식으로 삶을 능가하고, 삶에 개겨대는 ‘기세’를 통해서만 계속된다.
_이연숙(리타) 추천사 중
==

안담은 “가장 위험 감수가 높은 방식으로 가장 화려하게 자멸하길 선택하는 사람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티그 노타로, 해나 개즈비, 루이 C.K.와 같은 스탠드업 코미디언들의 무대와 그들이 스스로를 던지면서 일으킨 웃음, 일으키지 않기로 한 웃음의 의미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런 그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애잔함과 사랑스러움과 경외가 있다. 안담 작가는 스스로도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 퍼포머로서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 때로는 수치일 수도 있는 기억을 대담하게 무대로 가져간다. 그것들이야말로 가장 막강한 농담의 연료임을 알기에.

“모든 문장은 번복될 수 있다.”
내 오류를 껴안고 다시 던지는, 서늘하고 불온한 농담들


『농담과 번복』은 무결함의 강박을 깨부순다. 무결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확신에 차 반복하려 하지만, 안담에게 자신의 오류를 껴안고 기꺼이 말을 바꾸는 ‘번복’은 얼마든지 반복되어도 좋은 것, “오히려 간지”인 삶의 태도이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글방에서 “한 번 쓴 후에 다시 쓰세요. 반복할 뿐만 아니라 번복해도 됩니다”라고 조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오늘 쓴 삶의 문장을 내일 고쳐 말할 수 있는 유연함. 모든 문장은 번복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 내 오류를 껴안고 다시금 던지는 불온한 농담들. 이것들이야말로 살아 있는 모든 자들의 숨통을 틔운다. 말하고, 후회하고, 고쳐 말하고, 또다시 어긋나는 그 반복 속에서야말로 삶은 계속된다.

목차

1부 어디서 레몬이 또 났대
어디서 레몬이 또 났대 010
루이 C.K.에 관한 소고 053

2부 웃음은 결코 깨끗할 수 없다
그리고 자꾸 웃음이 나왔다 064
인간 미만의 무엇 또는 인간 바깥의 무엇 082
강간 농담 성공하기 092
조커 만드는 레시피 106

3부 농담과 번복
글방 오리엔테이션 140
영혼이 빠개지는 소리 150
이불, 이태원 155
모래처럼 파도처럼 눈송이처럼 168
어느 노잼 인간의 한 방 181
농담과 번복 190

저자소개

안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2년 서울 서대문에서 태어나 강원도 평창에서 자랐다. 쓰고 읽고 말하는 모임 ‘무늬글방’을 운영한다. 공연을 그만둘 수 없는 자들에게 애정이 있고 가끔은 무대에 선다. 울어야 할 때 웃음을 터뜨리고 웃어야 할 때 울어버리는 사람들에게 윙크하는 편. 존재보다는 존재 아닌 것들의, 주체보다는 비체의, 말보다는 소리를 내는 것들의 연대를 독학하는 데 시간을 쓴다. 지은 책으로 『친구의 표정』, 『소녀는 따로 자란다』, 『엄살원』(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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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코미디는 생의 크고 작은 비참함이라는 소재를 단연 사랑한다. 코미디적 시선은 이런 비극에 시간적인 거리와 심적인 거리를 부여하며 현상에 대한 온전한 몰입과 일치를 의도적으로 훼방 놓는 시선이다. 코미디가 무엇을 준다면 그것은 시간일 것이다. 생각할 시간. 생각하되 의미와 가치를 재촉하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승화하지 않는 시간, 섣불리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버리지 않는 시간.


안전하고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가 가능하므로 당신은 코미디를 사랑해도 좋다는 것, 그것은 거짓말이다. 그것은 코미디에 관한 거짓말이면서 사랑에 관한 거짓말이다. 좋아하는 것의 본질을 반 이상 잘라낸 뒤에야 좋다고 말하는 것은 비겁하고 모욕적인 태도다. 그렇게 얻어진 결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잘 상상되지 않는다. 떳떳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사랑은 본래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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