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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3217658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07-29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내 아내는 예대생
몸에 화선지를 붙이기 시작한 아내
대학생협에서 방독면을 사다
1. 이상한 나라로 밀입국
즐비한 조각과 노숙자들
오페라와 고릴라의 경계선
미술은 육체노동이다
아내의 팔이 근육질인 이유
우에노 동물원의 펭귄을 훔치다
음악캠은 완전히 다른 세계
전원 지각 vs 시간 엄수
웬만하면 손수 만든다
집 한 채 값의 바이올린
2. 예대에 입학하기
예술계의 도쿄대
처절한 입시 경쟁
재수는 기본
선수 생명
공부와 실기
온음표의 필순
시험의 기본은 체력
호른으로 네 컷 만화를
3. 예술을 대하는 마음
거리의 탕아에서 예술가로
교수들의 아교 회의
오로지 그림 생각뿐
피아노가 너무너무 싫어서
의무를 다하고 활을 꺾다
베토벤에서 스와 신사까지
싫어하기에 오히려 전할 수 있는 것
4. 천재들의 머릿속
휘파람 세계 챔피언
오케스트라에 휘파람을
진지하지만 즐기면서
현대의 다나카 히사시게
우주 끝에서 온 옻
옻독은 나의 친구
천재인 이유
5. 저마다의 템포
사랑니도 뺄 수 없다
건축과의 골판지 하우스
가마밥 식구들
연애와 작품
함께하지 못하는 15시간
예술의 시간
6. 가장 중요한 것
자나깨나 시뮬레이션
벌거벗은 지휘자
매일 아홉 시간
악기를 위한 몸
피아노는 죄가 없다
모두의 호흡을 맞춰서
7. 수수께기의 삼 형제
단금, 조금, 주금
목숨을 앗아가는 기계들
매일매일 시세 확인
눈썹이 탈 듯한 열기
돌고 돌아 다시 여기로
8. 악기의 일부가 되다
춤추는 타악기 연주자
세팅의 기술
이상적인 소리
피아노 같은 사람, 바이올린 같은 사람
최종 병기, 향성파적환
9. 인생이 작품이 된다
가면 히어로 브래지어 우먼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언젠가는 이해하게 될까
인생과 작품은 이어져 있다
진지한 유화, 경박한 성악
연애 연습
매주 누군가를 유혹한다
몸이 악기
마이크는 필요 없다
10. 첨단과 본질
48엔짜리 낫토
집 안에 비를 내리다
호리병박을 낳다
공작에서 설탕 세공까지
아스팔트 자동차
쓸데없는 물건을 만드는 이유
11. 고전은 살아 있다
반짝반짝 샤미세니스트
보컬로이드와 샤미센
전통 예능을 메인 컬처로
오르간 연주자는 고고학자
바로크 음악의 충격
살아 있는 소리
12 잉여 인간 제조소
졸업생은 어디에
정답 없는 세계
오르간 홈파티
잉여 인간 제조소
60대 동기
끊임없이 일하는 중
평범한 세계로
13 대폭발의 예대제
직접 만든 가마와 절규하는 학장
기나긴 엿듣기 줄
미스 예대 콘테스트
깊은 밤의 삼바
14 예술의 융합
유일한 전공생
불상을 배우기 위해 음악을 배우다
팔리는 곡, 팔리지 않는 곡
미술과 음악의 융합
즉흥 콘서트
예대이기에 가능하다
부록. 학장은 많이 힘든가요?
동경예술대학 전(前) 학장 사와 가즈키 인터뷰
닫는 글
리뷰
책속에서
“이건 수지 가공 수업 때 사용해.”
아내는 태평하게 말했다. 조각과에서는 나무나 금속, 점토 외에 수지를 다루는 수업도 한다. 수지 가공을 하면 유독 가스가 발생해 모든 학생이 방독면을 구입한다고 한다.
“이걸 어디서 샀어? 역시 따로 그런 전문점이 있나?”
아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생협에서.”
예대의 생협에서는 방독면을 판다! 듣자 하니 그 외에도 지휘봉 같은 물건도 판다는 모양이다. 나는 지휘봉이 소모품인지 아닌지조차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이 나에게는 신선했고, 하나하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라웠다. 하지만 아내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게 그렇게 신기한 일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아내가 다니는 대학은 생각보다도 훨씬 수수께끼와 비밀이 넘쳐나는 곳인 듯하다. 이렇게 해서 나는 베일에 싸인 동경예대를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여는 글」 중에서
“그리고 이런 과제도 있었대. 연필, 지우개, 종이를 주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라는 과제.”
“그건 그래도 예술 같아 보이는데?”
“응. 내 친구는 묵묵히 연필심을 깎았어. 그러고는 그 심을 잘게 부숴서 얼굴에다 붙였어.”
이야기가 왠지 심상치 않다.
“마지막으로 종이로 얼굴을 확 때렸대. ‘철썩’ 하고. 그러면 종이에 검은 자국이 남잖아? 그걸 자화상이라고 주장하며 제출했다나 봐.”
“그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
“합격했어.”
설령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고 하더라도 나라면 절대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일이다.
--- 「2. 예대에 입학하기」 중에서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아오야기 씨가 눈을 감으며 입을 오므렸다. 높고 투명한 음색이 한없이 퍼져나가다가 갑자기 빠른 리듬으로 전환되는가 싶더니, 다시 소리가 매끄럽게 뻗어 나갔다. 아오야기 씨는 마치 공중에 떠올라 입에서 마법의 구름을 내뿜고 있는 듯했다. 이게 정말 휘파람인가?
“참말 이거 뭐 대단타…….”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의미를 알 수 없는 사투리가 나올 만큼 굉장한 연주였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그 누구보다도 즐겁게 휘파람을 부는 아오야기 씨의 표정이 더 강렬하게 남았다. 바라보는 내가 더 기뻐질 만큼 무척 기분 좋은 모습이었다.
‘물건을 만드는 시간을 좋아한다’라고 말한 사노 씨가 떠올랐다. 분명 이런 걸 말하는 거겠지? 두 사람은 남에게 인정받겠다든가, 남을 이기겠다든가 하는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 즐기면서 최전선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천재란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 「4. 천재들의 머릿속」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