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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3289525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5-08-08
책 소개
일 제국주의의 척결을 선언한다!”
1932년 상해 임시 정부의 마지막 투쟁을 다룬 실화 기반 역사 소설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자들의 가슴을 애국심으로 뜨겁게 덥혀줄 이중세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이 출간됐다.
1919년 만세운동 정신을 이어받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상해 내 프랑스 조계지에 자리를 잡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프랑스 조계지 안에서는 일본군이 마음대로 독립투사들을 체포하거나 암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끊임없이 밀정을 보내고 자금줄을 말리는 등 공작을 펼쳤고, 임정은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 과연 이대로 무너지고 말 것인가.
하지만 포기란 없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김구는 대한민국 국무령의 이름으로 일 제국주의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하여 독립투사들은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 일왕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상해에서 일본 군함 폭파 작전을 감행했으며, 홍커우 공원에서 일본 군인들을 향해 폭탄을 투척했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전 세계에 소리 높여 알린 것이다. 이 모든 게 1932년의 일이었다.
작가가 몇 년에 걸쳐 벼려낸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상해를 여러 차례 오가며 임정 독립투사들의 발자취를 찾고 기록한 실화 기반 역사 소설이다. 1932년, 절망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독립의 열망을, 그 치열했던 투쟁의 열기를 이 책을 통해 느껴보자.
“임정 청사가 상해에 존재하기에,
독립 열망을 가슴에 품은 조선인들이 이리 오는 거야.”
춥고 가난한 대한민국 상해 임시 정부의 현실을 고증한 역사 소설
1842년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상해를 외국에 개항했다. 곧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열강들이 상해에 조계지를 설정하고 자국의 군대와 자본을 투입해 식민지화하기 시작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역시 자국민을 보호하고 국제 사회와 연대한다는 명분하에 상해에 영사관과 군대를 주둔시켰다. 하지만 일본이 상해에 영사관을 세운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상해 프랑스 조계지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동향을 감시하고 독립운동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1919년 전국적으로 만세운동이 일어난 직후, 국내외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상해에 만세운동의 독립정신을 계승하는 임시 정부를 세웠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부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임시 정부 청사가 프랑스 조계지 안에 자리 잡은 건 프랑스 정부가 임정 요인들을 체포하려는 일본군의 활동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립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일본 영사관은 조선인 밀정을 끊임없이 침투시켜 의심과 분열을 유도하고 사람들을 흩어지게 만들었다. 또 국내외에서 임정으로 흘러드는 지원금을 막아 경제적으로도 곤경에 처하게 했다. 결국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국무령 김구가 며칠을 굶어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상황에 몰렸고, 독립운동의 의지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점점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대들의 목숨을, 조국 광복을 위해 바쳐주게!”
일 제국주의의 침략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투쟁기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는 대한민국 임정이 존립의 위기에 처한 시기였다. 돈은 씨가 말랐고, 임정 요인들은 사분오열했으며, 사람들은 상해에 독립운동을 주도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가고 있었다. 밀정을 이용한 일본 영사관의 모략은 성공적이었다. 임정 요인들은 밀정들의 감시 때문에 제대로 활동할 수 없었고, 날품을 팔거나 길거리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만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은 아예 중국을 침략할 작정으로 상해에 병력을 추가로 파견했다. 그러자 임정 내부에서도 이제 상해를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면초가에 처한 국무령 김구는 큰 결단을 내렸다. 독립에 힘을 보태겠다며 찾아온 청년들의 손에 총과 수류탄을 쥐어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렇게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의거에 성공한다 해도 일본군에게 잡혀 고문당하고 죽게 될 게 뻔한데, 어찌 청년들을 그 사지로 내몰 수 있겠는가. 이 소설은 그런 김구의 심정과 죽음 앞에 초연했던 독립투사들의 의지를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왔다. 김구는 해외동포들이 보내준 지원금으로 구매한 수류탄을 이봉창에게 건넸다. 이봉창은 수류탄을 들고 중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왕의 마차에 투척했다. 안타깝게도 의거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일왕을 직접 처단하려 한 임정과 독립투사들의 열망에 세계가 주목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임정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 감격스러운 소식을 들으며 김구는 이봉창의 해맑은 미소와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떠올렸다.
“걱정 마시오. 내 영원한 기쁨을 누리러 가는 길이니!”
“스스로의 정의감으로 감행했으니 구차하게 더 묻지 말라!”
이봉창, 최흥식,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윤봉길, 안공근, 노종균……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이름들
이봉창 의거 직후 상해 일본 영사관은 김구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임정 요인들보다 더 많은 밀정이 청사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김구의 그림자라도 잡으려 들었다. 이 과정을 전체적으로 주도한 건 관동군 출신 일본 영사관 소속 무관 다나카 류키치 소좌였다. 훗날 전범으로 재판을 받기도 한 그는 만주와 상해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모략을 일삼았는데, 그런 그에게 상해 임정은 눈엣가시였다.
그럼에도 임정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해 전쟁에 동원된 일본군 전함 이즈모를 폭파하기 위해 치열한 작전을 펼쳤다. 거액의 돈을 주고 중국인 잠수부를 통해 전함 밑에 폭탄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작전은 아쉽게 실패했다. 동시에 임정이 가진 군자금도 완전히 씨가 말랐다. 이대로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인가. 아니다. 독립에 대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 남아 있는 한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김구는 그동안 임정의 궂은일을 묵묵히 수행하던 청년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의 손에 상해 임정의 굳은 의지가 담긴 총과 폭탄을 들려주었다. 경성으로, 다롄으로, 만주로 청년들은 독립의 꿈을 품고 나아갔다. 일본은 그들의 뒤를 바삐 쫓았다. 최흥식, 유상근, 이덕주, 유진만, 윤우의 등이 그들이다.
윤우의의 거사는 성공적이었다. 일왕 생일과 전승절 기념식이 열리는 상해 홍커우 공원에서 의사가 던진 폭탄이 터져 일본군 수뇌부 여럿이 목숨을 잃었다. 그렇게 꺼져가던 독립운동의 불씨는 윤봉길 의사의 희생을 통해 되살아났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일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존재로 우뚝 섰고,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국의 일원이 되어 당당히 승리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1932년 상해에서부터 비롯된 일이었다.
이중세 작가가 여러 차례 상해를 오가며 쓴 『상해 임정, 최후의 날』은 김구, 안공근, 이봉창, 윤봉길, 이화림 등 실존 인물들이 행적을 기반으로 집필한 역사 소설이다. 독립군을 탄압하는 일본군 역시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켜 역사적 생생함을 극대화했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라고 신채호 선생은 말했다. 이 책이 부디 잊혀가는 독립운동가들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정통성을 환기시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목차
제1장 해어진 깃발
제2장 눈 속의 불
제3장 무너지는 벼랑
제4장 오직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닫이문을 닫고 나간 김구는 시장기를 느꼈다. 그제 낮부터 물 말고는 먹은 게 없었다. 곁으로 지나가는 여인은 옆구리에 붉은 칠을 한 쟁반을 끼고 있었다. 거기엔 삶은 국수가 집어 들기 좋게 나누어져 층층이 담겼는데, 어느 국수 가게에서 오후 내내 쓰일 것처럼 보였다. 시장기가 돈 지는 한참이었고, 배고픔 때문에 다른 생각이 안 들 지경이었다. 프랑스 조계지 내 조선인들이 사는 방향으로 김구는 터덜터덜 걸어갔다. 짚 끈으로 동여맨 헝겊신이 자꾸 벌어져 발가락이 차갑게 드러났다.
신세 질 만한 이가 누가 남았을지, 김구는 한참 헤아려 보았다.
고종 황제 시절에 법무대신을 역임한 김가진은 독립운동을 하겠다며 상해로 건너왔다가 1922년에 죽었다. 김의한의 아내이자 김가진의 며느리인 정정화는 독립자금 확보를 위해 조선에 몇 차례나 다녀온 대단한 여성이었다. 문을 연 정정화는 김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구가 소곤소곤 물었다.
“후동 어머니, 나 밥 좀 줄라우?”
- 제1장 <해어진 깃발> 중에서
와타나베는 헌병들을 이끌고 우편총국 인근으로 되돌아왔다. 야자와는 건물 1층에 내려와 있었다.
“철수다.”
“누가, 누가 황병립을 죽인 겁니까?”
와타나베를 빤히 쳐다보던 야자와가 고개를 내저었다. 우편총국을 등진 그를, 헌병들이 뒤따랐다.
“어디 조선어 하는 사람 없나?”
영사관에 복귀한 와타나베가 헌병대원들에게 물었다. 손을 들고 나온 자에게 와타나베는 기억하는 획들을 종이에 어설프게 그렸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헌병대원이 그 문장을 와타나베에게 읽어주었다.
“민족반역자에게, 마땅한 죽음을 베푸노라!”
- 제1장 <해어진 깃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