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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244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4-01-17
책 소개
목차
지실이
정선이와 혜영이
해설
등대집에서 멀어질 수 없는 살갗
—문종필(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실은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굵고, 두피가 기름지고, 축축하고, 목소리에 힘이 없고 말이 짧았었지. 말이 짧아서 그게 무슨 말인가 오래 생각해야 했지. 답을 찾으려고 고민하다 보면 그가 던진 어떤 질문에 반드시 답을 해야 되는 건 아니라는 답이 나왔지. 사람이 살면서 모든 물음에 답을 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지. 사람들이 어떤 물음에 반드시 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행이 문제라는 걸 그때 알았지.
―「지실이」
다시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들은 잊지 못한다. 만나서는 안 되기 때문에 기억하는 것이다.
지실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한 번도 묻지 않던 두 사람을 자취방으로 처음 데려왔던 날. 그들은 지실이 깻잎 모양으로 묶어 둔 발코니 창 보라색 커튼을 바라보며 입을 맞추듯 ‘지실아, 넌 진짜로 좋겠다’ 하고 말했다.
사탕 모양의 쿠션을 베고 나란히 누워 있다가 발코니로 나가 앞집 탱자나무에 무더기로 앉은 참새들을 바라보며 재재거리던 그들의 웃음소리를 지실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지실이」
지실은 채영은이 남기고 간 쪽지를 손바닥으로 만져 보았다.
정사각형의 균형을 의식하며 그린 듯한 모나지 않은 글씨체, 지실이 소장한 책 곳곳에도 아직 남아 있는 글씨체였다. 목울대에서 컥, 소리가 났다. 치솟은 감정은 소설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왔던 지난 시간에 대한 그리움과 아직 여전히 살아 꿈틀대는 소설에 대한 열망에서 나온 격렬한 것이었다.
―「지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