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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91193412794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4-12-13
책 소개
목차
잘못된 이야기 | 앞 남산의 딱따구리 | 침몰 | 사민 | 귀거래사 | 속물과 시민 | 사랑해선 안 될 사람들 | 낯선 거리 | 박테리아 | 울력 1 | 바깥길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잃어버린 30년 | 레미제라블 | 해설 「변주와 갱신, 안주하지 않는 자의 피로한 글쓰기-1980~1990년대 단편소설」
책속에서
『박태순 중단편 소설전집』을 펴내며
박태순은 한국 현대문학사에 자못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무엇보다 그의 소설은 시대와의 고투 없이 쓰인 작품이 없으니, 중단편의 경우, 예컨대 「무너진 극장」에서 「외촌동 연작」으로, 거기서 다시 「3·1절」과 「밤길의 사람들」로 나아가는 계보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월남민의 자식으로 그는 도시 빈 민의 삶을 묘사하는 데 자신의 생 체험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경제 개발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심지어 추방된 또 다른 빈민들의 집단적 형성 과정에도 집요하리만큼 큰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그는 소설을 쓰되 마치 성실한 사관처럼 당대를 생생히 기록하는 것은 물론, 한 걸음 나아가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의 실체를 찾아내기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이는 1960년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독재 정권의 흉탄에 벗을 잃은 자의 순결한 부채 의식에서 비롯했으되, 1970년 전태일의 죽음, 1980년 광주 오월에 대한 부채 의식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대의 총체적인 현실은 늘 그의 소설의 기점이자 마땅히 가 닿아야 할 과녁이었다.
따라서 그는 소설을 쓰되 골방에서 저만의 우주를 구축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소설은 곧 이야기였는데, 고맙게도 장삼이사 필부필부의 이야기는 사방 천지에 널려 있었다. 그는 발품을 팔아 가며 그런 이야기를 듣는 데 실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국토와 민중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그를 추동했다.
- 간행사中
박태순은 자본주의적 삶의 비균질성이 확대·심화되는 현장을 결코 떠나지 않았고, 국가 폭력의 자장 속에 있는 역사적 사건과 그 피해자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1980~90년대 박태순 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미묘한 피로감은, 문학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은 데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본주의적 삶의 비균질성이 확대·심화되는 현장을 결코 떠나지 않았고, 국가 폭력의 자장 속에 있는 역사적 사건과 그 피해자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낮은 자리에서 국토의 곳곳을 떠돌며 현실의 부정성을 탐사하고 고발했던 작가의 피로감은 소설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박태순은 ‘4·19 세대’의 정체성을 견지하며, 낡아서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는 민중 문학, 실천 문학의 자리를 늘 고민했다. 이 시기 소설에는 지난 시간을 반추하고 새로운 세기를 탐색하는 박태순의 착잡함과 담담함이 묻어 있다. 1980년대 운동권 세대의 후일담 소설이 쏟아지던 1990년대에, 초로(初老)의 박태순은 다시 문학의 초심을 말한다.
-5권 『속물과 시민』 해설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