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93412916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5-10
책 소개
목차
세자전
전시의 공무원
초선의원
단명소녀 투쟁기
킬링 시저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평군 이곳에 있으니 시간이 어찌 흐르는지 가늠이 안 갑니다. 시간이 점점 사라집니다.
스님(광대) 그렇게 사라지다 결국은 나라는 존재도 사라질 것입니다.
진평군 ……나는……. 사라지면 안 됩니다……. 나는…… 꼭 할 일이 있습니다.
스님(광대) 사라지면 안 된다니, 꽤 중하신 분인가 봅니다.
진평군 …….
스님(광대) 오늘의 행동은 내일의 업을 쌓지요. 오늘 내가 꿀벌 하나를 죽이면, 그 꿀벌이 향했을 꽃이 사라지고, 꿀벌이 생산했을 꿀이 사라지고, 그 꿀을 모아 쌀을 구했을 한 사람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지요.
진평군 꿀벌이 아니라 사람을 죽인다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사라집니까.
스님(광대) 소승의 눈으로는 감히 담을 수 없을 만큼 사라지겠지요.
진평군 …….
스님(광대) 그 뜻은 누구의 뜻입니까.
진평군 …….
-「세자전」中
갑돌 그 서류들이 어디 있는지만 말해 주면 바로 풀어 준대요.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준대요. 하지만 오늘도 말하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의 반동으로 찍혀서 공개 처형을…….
갑순 그 새로운 세상이라는 걸 믿어요?
갑돌 아직 못 믿죠, 배운 지 3일 됐는데.
갑순 근데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해요?
갑돌 별 수 있나요, 공무원인데, 공무원은 어떤 세상이건 그 세상 밑에서 일을 하는…….
갑순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
갑돌 나쁘다구요? 내가요? 내가 왜 나빠요?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 내가 전쟁 일으켰어요? 내가 이 나라가 이 꼴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난 공무원이에요. 어떤 세상이 밀려오면, 그 세상이 시키는대로 일을 할 뿐이라구요. 내가 왜 나빠요? 당신이 더 나빠요. 시키는 대로 안 할 거면 왜 공무원이 됐어요? 왜 자꾸 시키는 대로 안 해서 일을 크게 만들어요? 이건 다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
갑순 그래요……. 내가 자초한 일이에요……. 그래서 뿌듯하네요.
- 「전시의 공무원」中
명제 ……그다음은요?
수호 모르겠다……. 변호사가 돼서 법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잘 안 됐고, 국회의원이 돼서 법다운 법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 됐고……. 어찌해야 세상이 바뀌겠나.
명제 ……어떤 세상으로 바뀌길 바라세요?
수호 뭐 별거 있나……. 학생도 잘살고 노동자도 잘살고 농민도 잘살고 여성도 남성도 노인도 어린이도 다 잘살고……. 억울한 죽음은 절대로 없는…….
명제 ……사람 사는 세상이네요.
수호 좋네……. 사람 사는 세상.
-「초선의원」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