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큰글자도서] 오세혁의 상상극장](/img_thumb2/9791193412688.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3412688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4-11-30
책 소개
목차
1부
외할머니의 간장밥
산타클로스는 상표가 없다
영웅본색과 상상의 극장
술을 마시지 말고 사람을 마셔라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야
호강의 반전
어린이는 연기할 수 없다
헌책을 꺼내며 먼 기억을 꺼내다
낯선 명절이 선물해 준 낯익은 사람
2부
아버지가 물려준 뜨거운 국물
웃기는 아들
김치로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상상의 오락실
아버지의 가로등
택시를 탄 게 아니라 시(詩)를 탔다
오늘 하루는 조명을 받아도 괜찮아요
등 밀어 줄 사람이 없다
3부
책 한 권, 사람 하나
〈홀연했던 사나이〉의 탄생
조용히 울 줄 아는 사람, 봉태규
분장실에서
커튼콜, 배우와 관객의 마지막 인사
관객 : 못 잊을 얼굴, 그리운 얼굴, 기다리는 얼굴
서로의 말이 아닌 서로의 눈빛을
배우들의 언어와 언어가 만날 때
어둠 속에서 더 빛난 앙상블
꺼내고 꺼내도 마르지 않는 얼굴, 배우 김대곤
당신에게 가 닿을 말을 찾는 ‘오선지 위의 구도자’
4부
어쩌면 이 고양이, 날 구하러 온 건지도 몰라
엄마의 결혼식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사자와 아수라
어떤 꿈은 발견된다
숨 좀 쉬자
‘디아블로’에서 만난 톰, 나의 영웅
잠시 함께 달리고 잠시 함께 걸었던 소년 시절
나의 데미안에게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루에는 외할머니가 비벼 준 간장밥이 덩그라니 남아 있었다. 나는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 밥을 먹지 않고 바라만 보았다. 외할머니가 다시 집에 돌아오면, 그 밥을 보란 듯이 맛있게 먹고 싶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외할머니의 간장밥」
아마도 그날, 아이들은 누구 이야기가 진실인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 이야기가 더 재밌는지 투표를 했고, 내가 졌던 것 같다. 더 재밌는 건 그날 이후 극장에 새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영화를 봤다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아이들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었다는 것이다. 같은 제목이었지만 아이들마다 주인공과 장르와 주제가 달랐다.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나면 꼭 투표를 해서 누가 승자인지 가렸다. 모두가 관객인 동시에 창작자였다. 아무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무엇이건 만들어낼 수 있었던, 우리만의 상상의 극장이었다.
-「영웅본색과 상상의 극장」
병원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한동안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올라가서 의사 선생님한테, 며칠만 더 있다가 와도 되냐고 여쭤볼래?”
홀로 계단을 오르며, 아버지의 표정이 왜 그토록 어색했는지 깨달았다. 아버지는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었다. 치과 입구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내려갔다.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좀 더 상태를 지켜보고 금니를 씌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하시는데….”
내 말을 들은 아버지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또다시 헛기침을 하며 길을 나섰다. 나도 헛기침을 하며 아버지를 따라갔다.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