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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감정

가면의 감정

김혜영 (지은이)
청색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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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감정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가면의 감정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509371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6-06-22

책 소개

현실의 상처와 사회적 고통, 죽음과 애도의 문제를 이미지와 장면으로 형상화한 김혜영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낙타와 외계인, 그림자와 천사, 수련과 오로라 같은 형상을 통해 직접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애도의 언어로 변환하며, 개인의 상처를 더 넓은 공감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목차

05 시인의 말

Ⅰ 가장 아름다운 죄인
13 윤슬
14 노란 정물
16 투명 가면
18 빛의 혁명
20 아들의 운동화
24 극한 직업
26 雪松(설송)
27 외계인 가족
30 교토에 온 순례자
32 전일빌딩 245
34 순천만의 슬픈 알몸
36 오후 세 시의 티타임
39 동판화를 새기는 변월룡의 독백
42 법의 여신, 디케는 잠들고

Ⅱ 서로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는
47 당나귀와 꽃
48 봄의 정원
50 다이아몬드
52 자정의 언어
54 팥빙수
56 꿀벌에게
58 파란 장미와 전기자동차
60 상자 속의 새들
62 얼룩무늬 장화를 신고
64 Zoom - 외계인에게 보내는 수국의 편지
66 해바라기 밭에 버려진 발목
68 수련의 이별
70 모더나, 모더나 - 생체 실험 17번

Ⅲ 당신은 꽃피는 사과나무
73 깃털
74 장미동의 장미는 어디로 갔나
76 칸나
79 꽃이 시든 아침에
80 부적을 그리는 뮤즈의 독백
82 고유명사와 얼굴
85 무지개가 뜬 봄날에
86 사춘기를 기억하는 나무
88 떨어지는 사람
90 수선화를 위한 박쥐의 세레나데
92 황금 벌레들
94 오독하는 숲
96 이별하는 방식

Ⅳ 바닷가 낡은 집을 비추는 햇살
101 뭉게구름이 걸어가는 오후
102 새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
104 여름 창가의 풍경
106 맨바닥에 누운 얼굴은
108 가면의 감정
110 낙타가 눈을 껌벅이는데
112 탁발
114 그림자의 표정
116 얼룩
118 행복에 이르는 확률
119 오로라로 떠나는 여인들
122 충무 김밥
124 구룡포 해녀의 독백
126 겨울 여행

해설
127 시 디톡스의 공간, 봄의 정원 | 문혜원(문학평론가)

저자소개

김혜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7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 『다정한 사물들』 『가면의 감정』을 출간했다. 평론집 『메두사의 거울』 『분열된 주체와 무의식』, 산문집 『아나키스트의 애인』 『천사를 만나는 비밀』 『영미시의 매혹』이 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시집이 출간되었으며 일본에서는 여러 문예지에 소개되었다. 『A Mirror Opens One Thousand Ears』(미국 iUniverse 출판사), 『镜子打开千双耳朵』(중국 옌벤대학교 출판부), 『あなにとぃぅ記号』(일본 칸칸보 출판사) 등이다. 애지문학상을 수상했다.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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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머리에 제비꽃을 꽂은 오필리아가 진도 앞바다로 떠내려가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이었어요. 단원고를 다니던 여학생의 교복 치마가 유람선 객실 천정으로 부풀어 올랐어요. 차가운 바닷물이 가슴에서 입술로 밀려왔어요. 우린 두 손을 잡고 수련처럼 둥둥 떠다녔어요. 승무원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복도를 울렸지요. 우리의 귀는 점점 먹고 몸은 차갑게 식어 갔어요. 잠수부들이 다가왔지만 우리의 입술은 닫혀 있었죠. 물에 잠긴 두 눈을 뜨니 청소기를 돌리는 엄마가 보여요. 모니터를 보는 아빠의 등도 보여요. “아빠, 나 여기 있어요.”라고 손짓했는데 돌아보지 않더군요.


환한 빛이 우리를 감싸 주었어요. 투명한 천사들이 다가와 속삭였어요. “얘들아, 울지 마, 여긴 천국이란다.” 바다의 터널을 지나온 이곳은 고요해요. 먼 곳인지 가까운 곳인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인어가 되어 노란 리본을 달고 인사를 합니다. 엄마의 퉁퉁 부은 눈이 아프지만, 울지 말아요, 무중력의 방에는 꽃들이 피어나고 바다는 코발트 빛 지중해보다 아름다워요. 난 괜찮아요. 사월의 정원에 핀 튤립처럼 피어날 거예요. 향기로운 바람이 되어 엄마의 머리카락을 스칠 거예요. 곁에 있으니 울지 말아요. 물속 수련이 피어나면 기억해 주세요. 언제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 「수련의 이별 」


눈은
가벼워져
희디 흰 그리움으로 온다

성난 태풍은
가로수 머리카락을 할퀴고
가로등은 두려워 운다

부산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창문 바깥으로 떨어진 청년 강보경을
받아 준 건 천사였을까

공사장 바닥에 묻은 핏자국에서
붉디붉은
맨드라미가 핀다

아들의 시체를 안은 어머니는
사나운 태풍으로 울부짖고
시퍼런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철근이 누락된 아파트가 흔들리는데
떨어지는 사람을 안아 주는
정부는 어디에 있나요
법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눈이 내리면
떨어지는 사람은 오로라가 되어
북극의 하늘을 물들인다

― 「떨어지는 사람」


도서 정보 제공 : Yes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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