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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615096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12-12
목차
시인의 말
1부 쏟아지는 봄
손님맞이
우스운 일
삼월
봄비
부처님 미소가 자란 날
쏟아지는 봄
백제로 이팝꽃
나팔꽃
칠월
비사벌초사에는 달 냄새가 난다
매미처럼 울었다
달려갔더니
여름밤
그리 알아라
창문을 닫은 사과벌레
달에게 주다
2부 가을 이야기
가을 이야기
산촌에 살다
선운사 단풍
상강霜降
어머니의 봄
오목대 백일홍이 피던 날
적막함
고백
심전도실
안골 네거리와 달
외지인
섣달 매화
계절을 벗어날 때
사랑을 위하여
고정관념
3부 동진강을 건너지 못한 슬픔
황산벌을 달리는 계백
온달산성
고부향교 느티나무
손수건 같은 쌍릉
서산마애삼존불
신정읍사
구지왕릉에 눈이 내렸다
반가사유상
미륵부처님께 물었더니
고부향교 앞 능소화
단비斷碑
내 슬픔은 동진강을 건너지 못했다
직지에게 말하다
겨울꽃
11월
삼일절
봄동이 피었다
4부 야 까리예츠
야 까리예츠
키질쿰과 겨울
카라칼팍키스탄 평원
아랄해
누쿠스 사막
키질쿰에는 뼈들이 산다
있고 없고
봄이 왔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마르칸트에 달 떴다
너 하나쯤 기억하는 일
물이밥
서울로 올라가야지
모악산母岳山
머나먼 길
구름 냄새나는 그대
슬픈 사회를 추모한다
달팽이 시인
풋사과
아들의 뒷모습
석양
■ 해설
회감의 서정과 역사적 상상력 | 고명수(시인, 전 동원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손님맞이
지리산에 사는 스님
절간 구석에
배추농사를 지었습니다
세 고랑은 사람의 것이고
한걸음 떨어진 작은 고랑은
손님의 것이랍니다
아침마다 찾아오는
배추벌레님을 이사시키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답니다
속이 채워지기 전부터
김장배추를 같이 먹고 산답니다
고적한 산사에
참 귀한 손님이라고 합니다
어머니의 봄
흔하디 흔한 들판에
이리저리 뒤채이던
민들레 한 무더기를 어디서
캐 오셨는지
뒤란 금 간 장독 뚜껑에
옮겨심어 놓고
간장 된장 고추장 묵은
장을 끼니마다 퍼 나르며
어르고 가꾸었다
어머니는 소담한 봄을
뒤란에 모셔놓고
등불처럼 꽃을 피우셨다
급기야 뒤란이 환해졌다
칠월
유월이 아득히 멀어져갈 줄
그렇게 쉽게 떠나갈 줄 몰랐다
청포도가 퍼렇게 익어가고
논에서는 벼들이 푸른 바람을 일으킬 때
논개구리는 밤낮을 나누어 합창하였다
소나기는 무지개를 산과 들에 걸쳐놓고
밤하늘엔 낮의 소란함이 무리지어 반짝였다
타령조로 장단 맞추면서 시간도 흘러갔다
아무도 그립지 않은 날에는
몸 안에 통증이 찾아왔다
관절통이기도 하고 가슴통이기도 했다
문득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오랫동안 참았던 눈물이 쏟아질 기미가 보였다
통증이 나를 설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네가 지나간 자리에 흔적이 완벽하게 지워질 수 없다
그 흔적을 완벽하게 지우는 것은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붉은색이 어울리는 칠월이 온통 푸른색이다.
힘줄도 푸르고 향기도 푸르다
가장 더운 한 달이 가장 짙게 푸르렀다
과수원을 지나온 바람이 도시를 만나서 더워졌다
푸른 날을 퍼나르던 바람이 무거워졌다
일 년을 기다린 견우와 직녀는 하룻밤과
사랑,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칠월은 파랗게 흔들리며 익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