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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3615409
· 쪽수 : 146쪽
· 출판일 : 2025-10-01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1부
포맷 12
운연동 모과밭 14
비와 연인 16
기쁨愛 18
아버지 발자국 20
파도는 기차를 탄다 22
어머니 무릎 24
겨울을 조각하다 25
소래포구 26
뭉크와 커피를 마시다 28
서랍 속에 넣어둔 발자국 30
칠게 학습현장 32
새벽 항구 34
행복愛 36
믿음 37
소망 38
2부
축배와 환희 40
너테소리 42
고독한 카이노스 시간 44
휴식 46
6월愛 48
허무의 춤 50
그리움愛 51
폭염 52
마음愛 53
갯벌 속에 피는 꿈 54
추석 56
연잎의 무게 58
아무튼 60
그래, 그래 62
3색 신호등 64
하늘연달愛 66
3부
봉숭아 사랑 23 68
갯벌 5 70
낯선 가을 71
달을 낚아채다 72
돌멍개 술잔 74
갯벌 6 76
갯벌 인의 삶 78
스콜 80
강화 노두길 82
봄을 사냥하다 84
그대 가까이 86
초승달 88
시간을 묻다 90
기억의 파편들 92
시의 창작 94
도시의 벽 96
4부
당신은 누구의 얼굴이 그려지십니까? 98
그녀의 기억 100
발자국을 찍다 102
그리움으로 다가선 그대 103
함초 부대끼는 소리 104
길에서 사마천을 찾다 105
가을비 106
가을愛 108
동지 110
겨울비 112
행복의 조각들 114
11월愛 116
지금 118
겨울 강가의 고독 120
고통에서 시작되는 사랑 122
장미꽃이 피어나는 순간 124
** 해설
인천사람의 애끓는 사랑 노래, 갯벌 노래┃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랍 속에 넣어둔 발자국
초승달을 향한 걸음은 늘 비틀거렸다
불 꺼진 병실의 침상 위
짧게 잘린 머리카락은
이불의 주름마다 바느질하듯
고통을 꿰매고 있었다
동공 속에는 매 순간
보이지 않는 바늘이 박혔고
목젖에 머문 울컥임은
끝을 아는 자만이 느끼는 무력한 떨림이었다
악몽은 매일 같이 같은 자리에 앉아
숨소리마저 길들였고
시간은 무심히 일곱 해를 건넜다
그늘 아래 서성이다
처음으로 스미는 햇빛 하나
옷깃을 슬며시 당겨 그 빛을 손바닥에 담았다
더는 가슴을 조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디디며
시려워 견딜 수 없었던 발자국들을
서랍 속에 고이 눕힌다
그리고 드디어 보인다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자유
나를 짓누르지 않는 오늘
그 조용한 평화가 천천히 피어난다
칠게 학습현장
갯벌은 진흙 속에서도 문장을 짓는 공부방
펄 안쪽 살아 있는 숨결은
배움의 호흡으로 오르내린다
소금 창고 지붕 너머
몽실한 구름이 열 시를 가리키고
그 위를 걷는 발자국은
갯벌이 적어 놓은 한 줄의 시처럼
햇살 아래 반짝인다
지난겨울의 흔적은 벗겨진 파도의 껍질로 남아
상처 자국마다 바람이 새어 나가고
남자의 입술은 담배 연기 속에서
지독한 말 없는 울음을 내쉰다
어깻죽지가 드러나도록 깎인 삶
그 고단함은 연기 속에서 천천히 흐려진다
짱뚱어 한 마리
물결의 음률을 흘리듯 움직이며
작은 파동으로 안부를 건네고
숨구멍마다 아이들 발자국이 터져 나온다
작디작은 생의 울림이 갯벌 위에 퍼져간다
함초 바스락임은
귓불을 스쳐 가는 기억의 손짓
갯골 위로 달빛이 비추면
낙지는 한 움큼 어둠을 움켜쥐고
칠게 눈은 밤하늘을 더듬으며
두 팔을 들어 새벽을 막는다
뱃고동 소리에
아이들은 파도와 박자를 맞추고
갯벌은 또 하루를 흔들며 깨어난다
짠내가 지나간 자리
마음 어딘가에 숨겨둔 상처 하나
서늘한 파도로 다시 일어나
아무 말 없이 가슴을 적신다
소래포구
곰삭은 아낙네 목소리가 안개를 헤치며 퍼져나간다
소래포구 눈뜬 새벽은
바람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
물텀벙이처럼 부어오른 손등 위로
물기 하나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바닷물이 스민다
생선 좌판 위에는
은비늘 대신 근심이 누워 있고
갈라진 손바닥 사이로
푸른 바다가 조금씩 자란다
거북등 같은 손으로
하루를 반듯하게 펴내며
지아비의 만선을 향해
새벽의 숨결로 기도를 올린다
소망은 고등어 눈동자처럼 맑고
꿈은 갯벌처럼 묵직하다
비린내 속에서도
따뜻한 삶이 피어나는 곳
소래포구는 아낙의 숨결 속에
단단히 살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