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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3707012
· 쪽수 : 386쪽
· 출판일 : 2023-12-27
책 소개
목차
서문: 언어의 빛, 계몽의 빛 __11
미디어로서의 언어 말하는 신체 ‘새빛’을 찾아서: 새로운 말의 탄생/출현 언어에도 빛이 있다면: 가정법의 ‘읽기’ 기억/기록(들) 사이의 대화: 징후적 독해 질병의 재난과 치유 의례
Ⅰ부
1장. 의학지식과 계몽운동의 교차점: 의학 전문서 『癩病 LEPROSY』(1962)에서 한센병 계몽 잡지 《새빛 The Vision》(1964-1979)으로
1. 의사/계몽운동가에게 언어란 무엇인가: “전문의사”의 진찰 / 31
2. “용어의 명명법(命名法)”의 역사적 배경: “일반인”의 이해와 “지역” 차이 / 36
3. 격리 수용에서 재가치료로 전환: “‘디・디・에스・(D.D.S.)’를 위시한 ‘썰ㅤㅍㅝㄴ’ 제” 도입 이후 “민간인의 교육”의 필요성 / 43
4. 접촉과 전파 / 47
2장. 계몽사업과 의학연구, 문학적 감수성
1. 계몽의 언어와 문학이라는 매개 / 63
2. 의학연구와 계몽사업, 그리고 자전적 기억 / 87
Ⅱ부
3장. 전염병 재난과 새로운 언어의 탄생/출현
1. “못된병”과 “부적” / 109
2. “미신의 전설”과 나병원(癩病院) / 113
3. 점쟁이/현미경: 원자탄(原子彈)과 “과학도들” / 117
4. “특수피부(特殊皮膚)란 신어(新語)” / 120
5. 우주시대: “월평선(月平線)”과 “조직의 힘” / 128
6. 오마도 간척공사 현장: “소록도병원 유선방송 「스피커」” / 136
4장. 병원 및 진료소 설립에 관한 기억/기록(들): 사례 연구
1. 소록도/병원 설립: 명멸(明滅 )하는 기원 / 149
2. 진료소, 병원 설립과 관련된 인물들 / 164
Ⅲ부
5장. 한센병 환자 심전황의 『소록도 반세기(小鹿島 半世紀)』
1. 기록에 ‘서명’한다는 것 / 193
2. “원자문명의 시대”에 조감한 ‘점진적 개화’ / 198
3. 요철凹凸 지대와 경계선의 분할 / 208
4. “경계선 감시소” 및 지명의 변화 / 214
5. 소록도 문예실의 역할: 통제와 계몽 / 218
6. 한국과 일본 환우들의 교류: 「소리의 편지」와 녹음기 「테이프」 / 225
6장. 잡지 《새빛》에서 읽어본 강원도 지역 정착사업 및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의 활동
1. 「세계 보건의 날 특집: 나병 60년대의 회고와 70년대의 전망」(1969) / 237
2. 국제/국내/지방(지역): 세계와 지방의 출현 / 246
3. 소외와 낙인의 표지 / 251
4. 재가환자 순회진료 사업 / 258
Ⅳ부
7장. 사회복귀(정착)의 쟁점: 다각도에서 접근
1. 치료에서 예방으로 / 273
2. 계몽교육과 언론의 역할 / 295
3. 유랑에서 정착으로 향한 먼 길 / 328
나오며: 요약과 과제 / 353
참고문헌 / 363
저자소개
책속에서
Ⅰ부
1장. 의학지식과 계몽운동의 교차점: 의학 전문서 『癩病 LEPROSY』(1962)에서 한센병 계몽 잡지 《새빛 The Vision》(1964-1979)으로
1. 의사/계몽운동가에게 언어란 무엇인가: “전문의사”의 진찰
의사에게 언어란 무엇인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사에게 언어 사용의 목적과 용도를 묻는 것은 다소 낯설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의학지식의 전문성을 논의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에서, 의사가 질병을 사유하는 방식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뇌를 동시에 드러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낙인의 대상이었던 한센병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한센병/한센인에 대한 감정, 이미지, 사유와 인식의 역사문화적 맥락을 드러내는 매개가 된다. 그것은 유준 박사의 의학 전문서 癩病 LEPROSY(1962)에서 한센병 계몽 잡지 《새빛 The Vision》(1964-1979)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언어’를 통해 읽는 데에 주요한 단서를 준다.
나병에서는 한국 및 동서양의 자료를 참조해 나병의 역사와 용어, 증상, 치료의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나병의 용어에 관한 정의와 유형, 증상 등을 살피는 문장에서 의사이자 계몽운동가 유준 박사의 어원학자, 사회학자, 역사학자, 의료사업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유준 박사는 나병을 의사만이 아니라 환자, 의료 관계자, 건강한 일반인들에게 한센병에 대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올바로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거기에는 의학지식을 서술하는 전문의사로서의 목소리와 계몽운동가의 목소리가 겹쳐 들린다. 한센병에 대한 의학지식을 서술하고 있는 문장에서 계몽운동의 주요한 초점과 방향을 추출할 수 있다.
나병을 집필한 목적과 동기에 관해서는 이 책이 출간될 즈음, 신문 기사에 실린 한 남자의 목소리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1957년 3월 19일, 조선일보에 게재된 「나병전문의의 진료받고 싶은데」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옮겨 본다.
[問] 피부병으로 고민하는 三十五세된 남자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나병이 아닌가 짐작되어 더욱 번민하고 있습니다. 여러곳에서 진찰을 받았습니다만 대수롭지 않게 말하기는 하나 한번꼭 나병전문의에게 진찰을 받고싶습니다. 진찰과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나 구호병원을 가르쳐주십시오.
[答] 당신의 속단으로 나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하십시오. 귀하가 알고 싶어하는 나병진료소는 전국에 二十三개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적인 진찰을 받기 희망한다면 「세브란스」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유준(柳駿) 박사나 국립중앙방역연구소 소장 윤유선(尹裕善) 박사를 찾으십시오. 종합적인 진찰을 해줄 것입니다.
위의 단신은 “피부병”으로 고민하고 있는 남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부에 나타난 증상을 보고 “나병이 아닌가 짐작되어 더욱 번민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남자에게, 상담자는 “당신의 속단으로 나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므로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하십시오.”라고 권유한다. 피부병의 증상을 나병이라고 “잘못” 판단하거나 속단하지 않고 “전문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득한다. 아울러 전국에 23개의 “나병진료소”가 설립되어 있다고 알려준다.
문답 형식의 대화문은 당시 나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정도와 전국에 “나병진료소” 설립 상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나병전문의/전문의/전문의사/전문적인 진찰” 등의 표현에서 보듯이 “전문”이라는 용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의학 ‘전문’지식을 진술하는 언어는 계몽운동의 언어를 만드는 주요한 토대가 된다.
나병에는 한센병의 증상과 징후, 치료 사례 등을 포함한 “전문적인” 의학지식을 “민간인”에게 교육해야 한다는 계몽운동가로서의 입장이 담겨 있다. 즉 한센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한센병 관련 의학적 전문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나병을 저술한 의사이면서 잡지 《새빛》의 발행인이었던 유준 박사에게 한센병의 증상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은 곧 계몽운동의 언어를 만드는 작업과 분리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센병에 대한 부정적 감정, 사유, 이미지를 전환하려면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한 계몽의 언어가 수반되어야 했다. 한센병 의학지식과 계몽운동에서 언어는 한센병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를 전달하고 교육하는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2. “용어의 명명법命名法”의 역사적 배경: “일반인”의 이해와 “지역” 차이
유준 박사는 먼저 나병에 관한 명칭 및 용어의 역사, 그리고 그 문제점을 동서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검토한다. 한편 전문적인 지식을 수용하여 기존의 언어를 다듬고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작업을 제안한다. 용어에 관한 역사적 배경 설명이 특히 자세하다.
나병의 「제6장 분류와 용어 Classification and Nomenclature 제1절 역사적 배경 Historical Review」와 「제5절 나병에 관한 한국어 명칭 Korean Terms of Leprosy」에서는 한국과 아시아, 유럽 등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나병에 대하여 사용해오던 명칭을 정리”한 후, “용어의 명명법”을 살피는 이유와 고려할 사항을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