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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171393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5-05-15
책 소개
목차
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 007
추천의 글│아웃 오브 스키마 – 김혜순(시인) 187
작가의 말 19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커피 드실래요?
아뇨. 마셨어요.
시간은 지나가는데 뭔가 헛돌고 겉돌고. 애초에 왜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보고 싶어했을까?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물었다. 이거 녹음해도 되죠? 왜요? 외로울 때 들으려고요. 사람들은 나를 바라본다.
이제 집에 갈게요, 개가 분리불안이 있어요, 하고 형은 가고 저는 신촌에 약속이 있어요, 하고 미청년은 일어난다. 남은 사람들은 술집으로 들어가면서 나한테 성원씨는 어디로 가세요? 하는데 그러게요, 어디로 가야 하죠, 아직 여덟시도 안 되었는데.
밤에는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불빛들, 속도감, 사람 없음, 휘어지거나 직선으로 앞으로 달려나가지는 이 새벽, 밤을 사람들이 보고 싶어할 거다. 구체적으로 쓰라고 타인에게는 말했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어요. 이건 관계에 대한 이야기니까. 나만 판단할 수 있고 타인을 판단할 수 없다.
이 순간 가슴이 미어지면서 무언가를 깨달았는데 누군가를 좋아한다 해서 그를 만지거나 껴안거나 뽀뽀하는 스킨십을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의 옷을 벗기고 내 옷을 벗고 상대의 몸을 마주하려고 내 맨살을 보여주고 항문 안에 이물질 없게 세척해 성기에 젤을 바르고 콘돔 없이 삽입하는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애초에 없었다. 좋아하면 밥 먹었는지 물어보고, 맛있는 걸 사주면 되는 거였구나. 그걸로 ㄱ은 그를 사랑한다고 표현할 수 있고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고 이 좋아함이 호모나 게이의 그것이 아니라 ㄱ이 그라는 한 인간을 좋아하는 방법,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구나 생각하면서 가슴이 미어지고 있었다. 좋아하면 육체적인 관계도 맺어야 하고 뽀뽀를 했으면 옷까지 벗어야 하고 고추까지 빨아야 하는 게 아니라 손잡고 뽀뽀만 할 수도 있다. 뽀뽀했다는 것이 나는 호모이고 게이입니다, 여서 누군가와 그 이상의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게 아니고 내가 고양이나 베개에 입을 맞추고 부비듯 하나의 표현, 언어일 수 있다, 그것뿐이다, 라는 나 외의 사람은 알고 있었던 뭔가를 이제야 사회화한 기분이었다.



















